적나라함의 끝에 진실한 정오의 태양이 떠오르기를 바라는 건무리
대한민국의 정신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급속히 나빠지는 시력에 약간의 쉼을 주기 위해 헬렌 더빗의 Τhe Last Samurai 서문과 첫 몇장을 읽는다. 흥미롭지만, 소설 내용에도 들어있는 7인의 사무라이, 그리고 톰크루즈가 나오는 그 영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벌써 궁금해진다. 잠시 구글링으로 자료를 찾아보고, 그런 영화들과는 사뭇 결이 다른 책이라는 것이 썩 마음에 든다.
아주 맘에 든다.
종로 어귀의 스타벅스에 앉아 잠시 한가로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오늘이 행복하다.
향기 가득한 로마의 에스프레쏘가 무척이나 그리운 날이지만, 그저 평범한 맛이라도 익명의 대중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자본의 멋적음도 나쁘지 않다. 요 몇년 간은 매스티지스런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만족을 얻는 편이다. 물론, 매스꺼운 연기를 피우며 애타는 속이 손바닥과 손등처럼 함께 붙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척...하는 삶과 착...한 삶.
쓱 보면 아는 것도 딱 잡아뗄 수 있는 용기, 또는 절대 그럴 '리' 없음과 그럴 '수' 있음의 희한한 마찰력으로 어찌어찌 넘어가고 굴러가는 현실에서 진실과 거짓의 불협화음이 화음을 이루는 이상한 나날들... 대로변에 무성하게 메마른 색의 플라타너스가 멋스럽다.
17세기가 흥미롭다고 했더니, 20세기 후반의 뉴욕에 대한 이야기가 되돌아 온다. 40+40 : 어쩌면 길지 않은, 어쩌면 짧지 않은 시간이 토막 토막 지나간다. 사우스 브롱스의 카톨릭 성당에서 있었던 성년식에서 아일랜드 액센트의 인자한 신부로부터 "... ... Ι'd kill you" 경고를 들었다는 에피소드를 포함해서다. 세익스피어와 제임스 조이스, 헤밍웨이, 찰스 디킨스... 그리고 몇몇 작가들의 이야기가 더 오가고, 나는 또 헤세를 꺼내 보인다. Das Glasperlenspiel. 다스 글라스페흘렌슈필... 고승의 선문답 세계 어쩌고 하는 세간의 평을 무시하고, 나는 60~80년대 아이들이면 한번쯤 해봤을 '구슬치기', (오징어게임2에도 나온다고 한다)를 떠올린다.
비-다마-소비. 킨다마상이 개-엄하게 주도하려다 실패했던 1884년의 정변 훨씬 이전부터 시중에 굴러다녔다는 다마들이 상징했던 건 뭘까? 원자폭탄까지 얻어맞아야 했던, 작란의 심리... 외려 피해를 입은 이들은 '평화'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종전의 진정한 상징이 되었다. 새로움으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먼저 '끝'을 맺는다.
이미 끝나버린 전시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그가 녹아버렸다고 표현한다. "낫 인쿨르디드 토킹 어바웃"... 나즈막히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네 단어의 문장 - Not included talking about. 우리는 딱 떨어진 이 우연한 타이틀에 몹시 공감한다.
민낯의 도시에 찬 바람이 분다. 영상 18도 추위에도 떠는 나라에서 온 M은 감히 밖을 나서지 못한다며, 며칠 후에 오겠노라 늦은 밤 전화로 양해를 구한다. 오이, 당근! 날 따뜻해지면 나오라며 다정한 말을 건넨다.
이 사회는 무엇이든 녹여버린다. 쇠를, 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약한 심장들을 한없이 던져 녹여버리는 이글거리는 용광로...
그렇다면 무엇이든 '뚝딱' 나와야 할 것이다.
울퉁불퉁한 방망이 하나면 족하다.
아주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