Υοοn & Kim - the InLaws & OutLaws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정하나의 독주 영상을 찾아봅니다. (흐릿한 봄비 속에 흐르는 묵직한 음들을 따라가다 보니, 잠시 잊혀진 어느 삼류 악단장 이야기도 머릿 속을 스쳐갑니다.) 배음없이 기저에서 홀로 울리는 노트들을 초록색 드레스의 정하나씨가 완성도 있게 묶어 풀어냅니다. 브라비, 브라바!
이번에는 베이스 음에 얹을 오버튠드 멜로디를 찾아 산산히 부서질 것 같은 소프라노 음성을 들어봅니다. 19세기 말 다뉴브강의 잔물결처럼 절절히 흐르는 '죽음'를 노래한 축음가수 윤사마 수선... 그녀와 함께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는 20세기 초 한국의 버나드쇼 킨사마 수산과 그 바람인지 쌀한가마니씩 척척 준비해 들고 신곡 음반 발매 오픈-런에 몰려들어 챠트를 휩쓸어 버렸다던 오만 인파들까지... 예능 가십으로 소모된 고급 예술가들을 잠시 추모하며, 수요일의 하루를 천천히 보내줍니다.
촉촉한 습기 머금은 수요일의 덕수궁 돌담길을 그렇게 또 걸으며, 정동극장 세실 야외까페의 빈자리에서 언뜻 김우진의 산돼지나 이영녀가 공연 중인 무대를 본 듯한 아나크로닉하고 써-리얼한 상상도 덤으로 곁들여 봅니다. 죽음을 노래한다고 하여, 우울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윤과 김의 호흡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미스테리한 현실에 대해 어떤 우리는 막걸리와 파전을 놓고 그 깊고 웅장한 저음과 그 맑고 강단있는 고음 사이에 깃든 하나 하나의 호흡을 분명한 시대정신으로 찬찬히 격조있게 읽어냅니다. 삼단, 사단, 오단, 육단, 칠단, 팔단, 구단의 멀티플 클라이막스를 흔들림 없는 눈빛과 걸음으로 모조리 소화하느라, 끊어지고 이어지는 음절마다 노련하고 세련된 감각을 느끼며 습관이 된 동작을 반사적으로 반복하면서 말입니다.
저 남쪽에서 일어난 삼포강 발랑대첩 승전보에 능수라 수양 봄버들도 촉이 돕니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처럼 낮게 깔리며 어스름 깊어가는 밥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흥겨운 깃발들이 나부끼는 헌법재판소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법이란 무엇인가? 인로스(-inlaws), 아웃로스(outlaws)... 내 꺼 인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와 나의 가족아닌 가족같은 관계를 가족으로 묶어주는 인로, 그리고 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구역에 설정된 광탈의 아웃로가 빚어내는 숨가쁜 카오스의 변주를 어떤 우리들은 초절정의 컨트롤 능력을 발휘하며 능숙하게 처리하고 소화시키려 몹시 숙성 중인 것도 같습니다. 이래저래 봄날의 촉촉함이 미세먼지 흐릿한 사방으로 은은하게 퍼지는 오리지널 수요음악회 같은 오늘을 기념하여 훗날에 오픈 멤버쉽 막걸리파티 한번 하겠노라 다짐하며 아~~~무렇게나 '쉰글즈'라 제목지어 봅니다.
그렇게 춘분이 오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