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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Aug 18. 2023

우리가 함께한 시간

“뭉치야. 네가 없으니까 너무 쓸쓸해.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이 말라 버릴 것만 같아. 그동안 너에게 하루 일을 얘기하는 게 얼마나 큰 즐거움이었는데…. 나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아마도 네가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거야.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모두 너에게만 털어놓았으니 말이야.

그럴 때마다 같이 기뻐해 주고 위로해 주는 네가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웠는지 몰라.

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계속 함께 했으니까……. 네가 곁에 없을 거라는 건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거든.”

목구멍에 큰 돌덩이가 걸린 듯이 메어왔다. 또 바보처럼 자꾸 눈물이 났다. 뭉치가 울보라고 놀릴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나보다 커버린 뭉치를 올려다보았다.


뭉치의 구슬 같은 눈이 마치 우주의 별처럼 맑고 깊게 반짝였다.

“미나야, 나는 네가 나에게 해준 얘기들을 다 기억하고 있어. 네가 갓 태어나 혜영 씨랑 민석 씨의 품에 안겨 집에 들어오던 모습, 너랑 뒷산에 올라 풍경을 내려다보며 불렀던 노래와 그때 불어오던 바람, 나무와 흙냄새, 그리고 내가 아팠을 때 네가 옆에서 잠도 안 자고 간호해 준 것도……. 가족들에게 사랑 듬뿍 받았던 그 모든 시간을 단 하나도 잊지 않고 있단다.”

뭉치는 복슬복슬한 한쪽 팔로 나의 어깨를 따스하게 감쌌다. 정말 포근했다.

“너랑 공원을 산책했던 것도,  같이 달리기 시합했던 것도 정말 많이, 아주 그리웠어. 뭉치야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야?”

나는 이렇게 물었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소용없는 바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랬다.

뭉치는 슬픈 표정으로 잠시 눈을 꾹 감았다. 우리는 잠시 말없이 잔잔한 호수만 바라보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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