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여행자 Aug 11. 2023

뭉치 할아버지

뭉치는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나를 꼭 안고 토닥토닥해 주었다. 

좀처럼 그치지 않는 눈물을 겨우 진정시키고 다시 뭉치를 바라보았다.

“뭉치 맞는 거지? 우리 뭉치가 맞는 거지?”

“그래, 이제 알아보겠어?”

뭉치는 털이 보송보송한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빙그레 웃었다.

“아, 우리 뭉치는 할아버지가 된 게 맞겠네.”

나는 코맹맹이 소리로 훌쩍이며 웃었다.

그래, 뭉치는 16년을 살다가 떠났으니, 개의 인생에서는 할아버지가 맞다.

나는 손을 가만히 내밀어 하얀 수염으로 덮인 뭉치의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뭉치야,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나도 그래 미나야. 가족들이 너무 그리웠단다.”

뭉치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미소를 띠며 보송한 손을 내밀었다. 

얼마나 그리웠던 뭉치의 발, 아니 손이란 말인가? 나는 그 보드라운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공원의 호숫가를 천천히 걸었다. 

호수에 비친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물결이 되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속에 우리의 모습도 비쳐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뭉치와 나는 호숫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뭉치의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손을 놓고 싶지 않아 틈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뭉치 곁에 바싹 다가앉았다.

“뭉치야, 너 이 노래 참 좋아했지? 이 노래만 나오면 계속 내 주위를 깡충거리면서 춤을 췄었잖아?”

나는 이어폰 한쪽을 뭉치의 귀에 꽂아 주고 내 귀에도 다른 한쪽을 꽂았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애니메이션의 경쾌한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뭉치도 나도 고개를 까딱이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로 할아버지의 모습이 된 뭉치는 여전히 내 눈에는 귀여운 우리 뭉치였다. 음악을 들으며 박자를 맞추던 뭉치는 나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살랑이는 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오후,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다.


                                                               -8화에 계속-


이전 06화 너의 이름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