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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Aug 06. 2023

너의 이름은

그 모습은 바로 뭉치였다!

아니, 더 정확히는 뭉치의 얼굴을 한 사람이었다.
솜사탕 같은 복슬복슬한 하얀 수염이며 땅딸막한 키에 볼록이 나온 배와 토실한 손. 

사람처럼 걷고 있지만 분명히 똑 닮았다. 일순간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몰아쳤다.

그럴 리가 없다, 뭉치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된 건가?  뭉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라니!  눈을 비빈 후 다시 부릅뜨고 다가오는 사람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는 머리에는 피터 팬 모자 같은 짙은 초록 모자를 쓰고 부드러운 하얀 셔츠에 갈색 조끼, 회색 바지에 부츠를 신고 있는 할아버지 모습이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얼이 빠져있는 나를 뭉치, 아니 뭉치를 닮은 할아버지가 일으켜 주었다.

“잘 찾아왔어. 우리 미나!”

뭉치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꼭 안아 주었다. 

아, 이렇게 폭신하다니 정말 뭉치를 꼭 안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하…할아버진, 누구세요?”

나는 믿기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지는 미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누구긴? 벌써 나를 잊어버린 거야? 하하하”

내 앞에서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 할아버지가 정말 뭉치란 말인가? 아니, 어떻게 이 사람이 뭉치란 말이지?

믿을 수 없었지만 한편, 믿음이 갈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울먹였다.

“말도 안 돼!”

“그래, 그래, 메신저 할멈이 우리 미나를 찾아서 탑승권을 잘 전해준 덕분에 이렇게 말이 안 되는 곳에 네가 

와 버렸단 말이지! 껄껄껄!”

“메신저 할멈? 그럼, 아까 그 캐러멜을 준 할머니가..."

내 머릿속에 혼돈이 일고 있던 와중에 할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혜영 씨랑 민석 씨는 잘 계시지?”

그는 우리 엄마, 아빠 안부를 묻고 있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한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리고 뭉치, 아니 뭉치 닮은 할아버지를 더 꽉 껴안고 세 살짜리 아기처럼 엉엉 울었다.


                                   -7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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