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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Dec 14. 2023

입영 전야 16화

눈물 박스의 정체

왠지 모르게 설레며 긴장되는 손끝으로  훈련소 홈페이지에서 아들의 교육사진첩을 찾았다. 

‘진짜 사나이들의 표상 00 교육대’라는  배너 아래  12명까까머리가 하나같이 잔뜩 진지한 표정으로 각을 잡고 있다. 이윽고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왈칵 눈물이 나는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반가운 아들 얼굴을 최대한 확대해 보았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살도 좀 빠진 모습이지만 건강하고 늠름해 보였다. 그제야 좀 안심이 되었다. 

훈련기간 동안 두 번의 단체 사진이 올라왔다. 

생활복 차림은 짠한 마음이 앞섰지만, 군복을 입은 아들 모습은 조금 낯설어도 그렇게 듬직하고 멋질 수 없었다. 우리 아들뿐 아니라 그 안의 모든 아들들이 이 났다.


그 모습을 한창 들여다보고 있는 와중에 택배가 도착했다. 

문을 열어보니  훈련소에서 온 상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 그대들이 있어 든든한 대한민국입니다’라는 글귀가 상자 겉면에 적혀있다.  

그것은 바로, 열기만 하면 눈물이 샘솟는다는 ‘눈물 박스’였던 것이다.  

러나 막상 선뜻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상자를 여는 순간 꾹꾹  눌러두었던 마음이 터져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는 상자를 한참 바라만 보다가 심호흡을 크게 내쉰 뒤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맨 위에 놓인 수료식에 대한 안내문 집어 들자 아들의 신발이 드러났다. 

그 밑에는 입고 들어갔던 티셔츠, 바지, 속옷, 양말 그리고 입소 때 가져갔다가 도로 보낸 물품 몇 개가 들어있었다.

 아들 옷을 하나씩 꺼내어 품 안에 안아보고 아들의 냄새도 맡아보았다.  채취는 벌써 날아간 것 같았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입소식 후 뒤돌아 들어가던 아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선하게 떠올랐다. 

아들 옷을 부여잡고 그날을 떠올리며 훌쩍대다가 다시 상자 안을 들여다보았다.


“응?! 이게 끝인가? 편지 같은 것도 없는겨?”

다시 살펴보았지만 없었다. 

편지를 쓸 상황이 안 되었나 보다 이해되었지만 좀 아쉽긴 했다.

대신 눈에 띈 종이 한 장.

거기에는 보낸 물품 목록이 아들의 필체로 쓰여있었다. 

정겨운 아들 글씨로 속옷의 상표까지 써넣은 걸 보니 또 웃음이 터진다.

아들아, 언젠가 알게 될까?

편지는 없었어도 네 글씨체를 보고 충분히 위로가 되었던 엄마 마음을….


그런데 입대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니 어느 엄마의 절규(?)가 올라와 있었다.

'뜨악! 이거, 눈물 박스 맞나요? 우리 집 아들 녀석은 쓰레기 잔뜩 보냈네요. ...'


그 집 아들은 도대체 무엇을 넣은 것인가?

아이고, 이 무심한 아들들아….


-17화에 계속

훈련소에서 보내온 아들의 눈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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