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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Dec 12. 2023

입영전야 15회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 것이어서 아들이 훈련소에 입소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빛의 속도로 가는 듯싶더니 훈련소에 보내고 나서는 한 주가 천년처럼 느껴졌다.

입소하고 첫 주말에 아들에게 받은 '통신 보약'이 정말 약이 된 듯 우울감에 빠져 있던 내 생활도 조금씩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다 큰 아들  뭐 그리 걱정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아들들은 생애 처음으로 위험한 총과 수류탄을 다루고, 어깨를 짓누르는 완전무장으로 밤새 행군하고 야외에서 취침한다. 물론 지휘관이 있을 테고 안전장치도 되어 있겠지만….

특히, 엄마들은 군대를 겪어보지 않았으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며 머릿속에서 드라마를 쓴다. 총기를 다룰 때 위험한 건 아닐까? 수류탄을 던지다가 놓치면 어쩌나? 화생방 훈련 때 잘 버티려나? 행군 때 발에 물집 잡히면 고생할 텐데…. 엄마의 머릿속 드라마는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시나리오다.

이런 엄마들의 걱정을 아빠들은 '나 때는 말이야...'로 말려 보지만 '못 말리는 라떼'라며 엄마에게 보기 좋게 묵살당한다. 그때와 지금이 같은 시대냐며 입대 커뮤니티 카페에서도 각 가정의 '라떼'에게 쏟아지는 엄마들의 비난이 꽤나 올라온다.


나는 이런저런 걱정을 털어내려  머리를 도리질 치고는 그리움을 담아 편지지를 꺼냈다. 한 자씩 눌러써 보는 편지에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새겨 넣어본다. 아들에게 국군장병 위문편지라니 만감이 교차한다. 딱딱한 침상에 누워 오늘 밤도 고된 몸을 뉘었을 아들을 생각하며 밤하늘의 달을 찾아 기도했다.

아침이 밝자 우체국으로 달려가 빠른 우표를 사고 정성껏 편지를 부쳤다. 이런 편지를 얼마만에 써 보는지...

이것은 마치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라는 싯구가 절로 생각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집안에 눈길을 두는 곳마다 아들이 아른거리는 것은 여전했다. 느닷없이 울컥 올라오는 눈물도 돌아오는 주말에 아들의 전화를 받을 생각에 지그시 눌러보았다.


한 주, 한 주가 굼벵이처럼 지나가고 아들은 주말 전화로 통신 보약을 한 사발씩 보냈다.

주말 쉬는 시간에는 TV를 보는데 동기들 덕분에(?) 태어나서 아이돌 뮤비를 제일 많이 본 것 같다며 그다지 관심 없던 아이돌이지만 이젠 다 외울 지경이라고 했다.

또 어느 주는 사격을 했고, 화생방 훈련은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입소 때 가지고 들어간 상비약이며 책들로 생활관 내에서 본인은 '나이팅게일''사서'를 맡고 있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나마 이렇게 소식을 매주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 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속이 탔을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입소한 지 중반쯤 지나자, 훈련소 홈페이지에 교육대마다 단체 사진이 게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목소리만 듣다가 드디어 입소한 이후의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가? 

커뮤니티 카페에서도 또 축제 분위기이다. 나도 부리나케 훈련소 홈페이지를 열었고 떨리는 손끝으로 마우스를 클릭했다.


-16화에 계속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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