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여행자 Dec 05. 2023

입영 전야 13화

생애 처음, 탑돌이

타오르는 태양이 지면에서 아지랑이 마냥 흔들거리던 8월.

현기증을 불러오는 무더위.

아들을 7월의 마지막날 훈련소에 보낸 후, 세상이 온통 검은 안개 속인 것만 같은 3일의 시간이 지났다. 

녀석은 이 더위에 고생인데 어미가 이렇게 쓰러져 있으면 아니 될 말이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던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켰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도 하자!


집에서 가까운 사찰로 차를 몰았다. 그 절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제사를 모신 곳이기도 했다.

경사진 길을 걸어 대웅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자 딛는 걸음에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도심 속에 자리한 사찰인데도 이곳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이다. 

대웅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탑, 그 옆에 <발원소>라는 배너가 눈에 띄었다.


‘여기 탑돌이를 한 다음, 발원소 탁자에 준비된 종이에 불자님들의 소원을 적어 <연리현>에 매달아 주십시오. 4대 성지 탑돌이의 선근공덕으로 소원성취 되시길 부처님 전에 기원드립니다.’


어머나!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는 불자도 아니고 탑돌이를 해본 적도 없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 소원을 빌어 준다고 하시지 않는가?

비록 불자의 소원이 아니라도 부처님께서는 너른 마음으로 들어주시리라.

발원소 부스로 들어가 소원 종이에 정성 들여 한 자, 한 자 눌러썼다.


‘우리 아들 ooo,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훈련 잘 받을 수 있게 보살 펴 주세요.

군생활의 무사무탈을 빕니다.’


쓰고 나니 뭔가 부처님께  너무 질척거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생각대로 모두 써넣었다.

적은 금액이지만 시주도 했다. 

소원 종이를 고이 접어 손에 들고 탑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 합장하고 탑을 돌며 빌었다.

소원을 적은 종이를 붉은 등이 여러 개 매달린 ‘연리현’ 줄에 단단하게 묶어 달았다.


연리현 줄에는 여러 소원종이들이 빼곡하게 묶여 있었다. 

저마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달아 두었을까?

‘살랑’

초록잎이 무성한 나무 사이로 미풍이 불어와 연리현의 붉은 등을 흔든다.

나는 한동안 가만히 서서  소원 종이가 매달린 풍경을 바라보았다.


-14화에 계속

봉원사 연리현에 달아놓은 소원
이전 12화 입영 전야 12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