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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Dec 07. 2023

입영 전야 14화

명약 중의 명약, 통신 보약

하루하루가 천년처럼 흘러가고 드디어 주말이 왔다. 

토요일 꼭두새벽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실은 전날 밤부터 두근대었다. 

바로, ‘통신보약’을 받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군에서 크게 바뀐 것 중 하나는 한정된 시간이나마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주말에 한 시간씩만 훈련병들 각자의 휴대전화가 지급되어 가족과 통화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일컬어 ‘통신보약’이라고 부른다. 

그리하여 부모들은 오매불망 주말을 기다리는 것이다.


입대 커뮤니티 카페에서도 훈련소 입소하고 첫 주말은 거의 축제 분위기와 다름없다. 

게시판에는 ‘27소대 아들 전화받은 분 있나요?’부터 ‘29소대 울 아들내미는 왜 전화 아직인가요?’까지 아들의 첫 통화를 기다리는 외침이 가득하다. 나도 눈부릅뜨고 벨소리도 가장 크게 해 놓은 채 휴대전화와 한 몸이 되었다.


당시 내 휴대전화는 '아이O' 기종이었으므로 통화 녹음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옆에 따로 아이패드로 녹음 기능을 켜두고 아들의 목소리를 담으려 만반의 준비를 했다. 

통화 녹음이 가능한 휴대폰으로 바꿔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고집했던 휴대전화 기종도 당장 바꾸게 하는 무서운 힘이다. 

아들의 '통신보약'을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무거운 추라도 달아 놓았는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띠로리로리~’

토요일 오전 11시 17분. 벨소리가 울렸다.  

'내 새깽이'이라는 전화 알림 화면을 보고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치 백만 년 만에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드을!!!”

“엄마”


휴대폰 너머로 조심스럽고 나직한 아들 목소리를 듣는 순간, 1주일 간의 우울한 기운이 거짓말처럼 달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통신 보약’이라고 하는구나!

정말 메마른 땅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지만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편에서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에 코끝이 찡해지며 애틋함이 밀려든다.


나는 커뮤니티 카페에서 선배 부모들의 조언을 새겨, 묻고 싶은 말을 몇 개를 메모장에 미리 적어두었다.  

막상 아들에게 전화가 오면 눈물이 나거나 두서없이 말이 나오니 미리 적어 두는 게 좋다는 꿀팁.

준비성 철저한 선배들 덕에 나는 아들에게 잘 지내는지, 식사는 어떤지 등등 궁금한 것을 쏟아냈다.

 

식사는 잘 나오는 편이라고 했다.  같은 생활관 동기들이 자기보다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며 서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아들은 힘들지만 그럭저럭 할만하다고 했다. 그 말에 마음이 쓰려온다.

많이 힘들어도 늘 그럭저럭 할 만하다고 하는 녀석인 걸, 나는 안다.


'정말 지낼만한 거야?'라며 나는 다소 허망한 질문을 했다. 못 지내겠으면 어쩔 텐가?

아들은 ‘아, 집에 가고 싶네’ 희미하게 웃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20여 분을 통화한 후 아쉬운 첫 통신보약을 마쳤다. 

마음 같아서는 내내 통화하고 싶었지만 휴대폰 사용시간이 달랑 1시간이니 아들도 이래저래 쓸 곳이 많을 테다. 그렇게 매 주말을 망부석의 심정으로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며 여름의 중심을 지나고 있었다.


-15화에 계속

첫 통화 후, 통화 녹음 가능 기종으로 당장 바꾼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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