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다시피 군대는 철저히 민간인 통제 구역이며 보고 싶다고 맘대로 전화를 걸 수도 없는 곳이다.
게다가 위험하고 예민한 군사 장비를 다루고 고된 훈련을 하는 그야말로 몸 고생, 마음고생을 담보로 하는
생활이 아닌가? 아들의 입장에서도 난생처음 받는 군사 훈련이니 그 생경함을 말해 무엇하랴.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요즘 군대는 예전 군대와 많이 다르다며 위로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군대는 군대!
지인들의 감사한 위로는 안타깝게도 허공에 흩어질 뿐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정작 고생하는 건 아들이니, 내가 위로받을 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아들이 입대한 후, 첫날밤은 고장 난 수도꼭지 마냥 눈물이 줄줄 새어 베갯잇을 다 적셨다.
아들 방을 차마 들여다볼 수도 없고 함께 밥을 먹던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 삼복더위에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온 마음이 욱신욱신 저려왔다.
어두컴컴한 방에 몸져누웠어도 그 와중에 퉁퉁 부은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본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커뮤니티 카페 군**!
방구석에서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질 듯 들여다보던 좀비 아줌마.
내 모습을 누가 봤다면 혼비백산하며 달아났을 것이다.
‘내 아들 내놔라, 내 아들 내놔라.’
군** 카페 게시글에는 내 아들과 같은 날 자녀를 훈련소로 보낸 가족들, 곰신(고무신을 줄여 이르는 말. 군대 간 남자친구나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회원들이 저마다 슬픔과 애틋함을 쏟아낸 글들로 도배가 되었다. 그리고 댓글창에는 먼저 입대시킨 선배 부모들은 위로의 말이 우리를 토닥였다.
그런데 그중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훈련소 바로 앞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입영식을 끝내고 들어가는 아들들 모습을 찍어서 펜션 블로그에 올려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가족들은 사진이 올라오기를 오매불망.
드디어 게시된 흐릿한 사진 속에서 내 아들 찾기가 한창이었다.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소대별로 나뉘어 들어가는 입대자 영상 속에 눈에 불을 켜고 아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찾아냈다!
등 뒤에 맨 검은 배낭, 종교도 없는데 부적처럼 끼고 간 손목의 염주, 그 무엇보다 딱 봐도 걸음걸이와 실루엣이 내 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