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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Nov 30. 2023

입영 전야 12화

아말 다말, 무사 무탈

아들이 훈련소로 들어간 그날부터 들이닥친 우울감은 몇 날 며칠 나를 휘감았다. 웬만한 시련에도 끼니를 거르는 일이 없던 내게 찾아온 뚝 떨어진 식욕. 땅 밑으로 꺼진 마음은 온몸을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만들었다. 햇빛이 들어오는 게 싫어져 종일 어둡게 커튼을 치고 집구석에 틀어박혔다. 그것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던 증상과도 비슷했다. 바로 우울증.

우울증이 웬 말인가? 심지어 아들이 더 어렸던 나이에 타국으로 유학도 보내지 않았던가? 서로 떨어져 있는 게 그리 생소한 일도 아니었는데 정말 이상했다. 물론 당시 유학을 보내고 나서도 한동안 눈물, 콧물 바람이었고 잘 지내는지 늘 걱정이었지만, 군대를 보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건 밀폐된 장소에서 위험한 훈련을 하며 몸 고생, 마음고생을 담보로 하는 생활이 아닌가?


시름시름 앓는 나에게 주변에서는 요즘 군대는 예전 군대와 많이 다르다며 위로했지만, 위로가 감사 하나 군대는 군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정작 고생하는 건 아들이고 내가 위로받을 건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아들이 입대하고 첫날밤은 고장 난 수도꼭지 마냥 눈물이 줄줄 새어 베갯잇을 다 적셨다. 아들 방을 차마 들여다볼 수도 없고 함께 밥을 먹던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 삼복더위에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마음이 욱신욱신 저려왔다.

그러던 중 어두컴컴한 방 침대 위에서 퉁퉁 부은 눈을 부릅뜨며 들여다본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입대 모임 커뮤니티 카페! 방구석에서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질 듯 들여다보는 좀비 아줌마의 모습을 누가 봤다면 혼비백산하며 달아났을 것이다.

‘내 아들 내놔라, 내 아들 내놔라.’


입대 모임 카페에는 같은 날 아들을 훈련소로 보낸 가족들, 곰신들(고무신을 줄여 이르는 말. 군대 간 남자친구나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이 저마다 슬픔을 쏟아낸 게시글들이 한 트럭이었다. 그 글들  밑에는 먼저 입대시킨 선배 부모들의 위로의 댓글이 토닥였다.


그 와중에 훈련소 바로 앞에서 한 펜션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입영식 후에 부대로 들어가는 아들들 모습을 찍어 펜션 블로그에 올려준다는 얘기가 있었다. 부모들은 오매불망 기다리며 흐릿하게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 그 속에서 우리 아들 찾기가 한창이었다.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소대별로 나뉘어 들어가는 영상 속에 레이저를 쏘며 우리 아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찾고야 말았다!

등 뒤에 맨 검은 배낭, 불교도 아닌데 부적처럼 끼고 간 손목의 염주, 그 무엇보다 딱 봐도 걸음걸이와 실루엣이 내 아들이었다.

역시 엄마의 눈은 매섭다. 수많은 아들들 속에서 내 아들이 별처럼 반짝하고 눈에 박혔다.

천리만리에 있어도 내 아들은 보인다는 게 정말이었다. 까까머리 아들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또 폭풍 오열이 터졌다. 커뮤니티 카페 부모들도 게시판에서 울고 있었다.

마치 그 소리가 음성지원이라도 되는 듯 미어지는 마음을 잡으며 부디 건강하게 잘해 내기를 한 목소리로 기도했다.


그 카페 게시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말 다말, 무사 무탈>

무사 무탈은 알겠는데 아말다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에는 이게 무슨 뜻인지 갸우뚱했다.

아말다말, 바로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라는 아들을 향한 주문 같은 줄임말이다.  

어느새 나도 그 주문을 입에 달고 산다. 소중한 아들들아, 부디 아말 다말, 무사무탈 하자!


-13화에 계속-

입대 커뮤니티 카페를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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