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여행자 Nov 30. 2023

입영 전야 12화

아말 다말, 무사 무탈

아들이 훈련소로 들어간 그날부터 들이닥친 우울감은 몇 날 며칠 나를 휘감았다. 

웬만한 시련에도 끼니를 거르는 일이 없었는데 뚝 떨어진 식욕. 

땅 밑으로 꺼진 마음은 온몸을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만들었다. 

햇빛이 들어오는 게 싫어져 종일 어둡게 커튼을 치고 집구석에 틀어박혔다. 

그것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던 우울증 증상과도 비슷했다. 

우울증이 웬 말인가? 


심지어 나는 아들이 더 어렸던 나이에 타국으로 유학도 보내지 않았던가? 

물론 당시 유학을 보내고 나서도 한동안 눈물, 콧물 바람에 잘 지내는지 늘 걱정이었지만,

서로 떨어져 있는 게 그리 생소한 일도 아니었는데 정말 이상했다. 

군대를 보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국방의 의무라는 것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좋든 싫든 해야만 하는 것. 

모두가 알다시피 군대는 철저히 민간인 통제 구역이며 보고 싶다고 맘대로 전화를 걸 수도 없는 곳이다.

게다가 위험하고 예민한 군사 장비를 다루고 고된 훈련을 하는 그야말로 몸 고생, 마음고생을 담보로 하는 

생활이 아닌가? 아들의 입장에서도 난생처음 받는 군사 훈련이니 그 생경함을 말해 무엇하랴.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요즘 군대는 예전 군대와 많이 다르다며 위로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군대는 군대! 

지인들의 감사한 위로는 안타깝게도 허공에 흩어질 뿐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정작 고생하는 건 아들이니, 내가 위로받을 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아들이 입대한 후, 첫날밤은 고장 난 수도꼭지 마냥 눈물이 줄줄 새어 베갯잇을 다 적셨다. 

아들 방을 차마 들여다볼 수도 없고 함께 밥을 먹던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 삼복더위에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온 마음이 욱신욱신 저려왔다.


어두컴컴한 방에 몸져누웠어도 그 와중에 퉁퉁 부은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본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커뮤니티 카페 군**! 

방구석에서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질 듯 들여다보던  좀비 아줌마. 

내  모습을 누가 봤다면 혼비백산하며 달아났을 것이다.

‘내 아들 내놔라, 내 아들 내놔라.’


군** 카페 게시글에는 내 아들과 같은 날 자녀를 훈련소로 보낸 가족들, 곰신(고무신을 줄여 이르는 말. 군대 간 남자친구나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회원들이 저마다 슬픔과 애틋함을 쏟아낸 글들로 도배가 되었다.  그리고  댓글창에는 먼저 입대시킨 선배 부모들은 위로의 말이 우리를 토닥였다.

그런데 그중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훈련소 바로 앞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입영식을 끝내고 들어가는 아들들 모습을 찍어서 펜션 블로그에 올려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가족들은 사진이 올라오기를 오매불망.

드디어 게시된 흐릿한 사진 속에서  내 아들 찾기가 한창이었다.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소대별로 나뉘어 들어가는 입대자 영상 속에 눈에 불을 켜고 아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찾아냈다!

등 뒤에 맨 검은 배낭, 종교도 없는데 부적처럼 끼고 간 손목의 염주, 그 무엇보다 딱 봐도 걸음걸이와 실루엣이 내 아들이었다. 

역시 엄마의 눈은 매섭다. 

수많은 아들들 속에서 내 아들이 별처럼 반짝하고 눈에 박혔다.

천리만리에 있어도 내 새끼는 보인다는 게 정말이었다. 

까까머리 아들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폭풍 오열이 또 터졌다. 

이심전심. 커뮤니티 카페 부모들도 게시판에서 울고 있었다.

마치 그 소리가 온라인상에서  음성지원이라도 되는 듯했다. 

모두가 미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부디 건강하게 잘해 내기를 한 목소리로 기도했다.


군** 게시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말 다말, 무사 무탈>

무사 무탈은 알겠는데 아말다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에는 이게 무슨 뜻인지 갸우뚱했다.

아말다말.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라는 아들을 향한 주문 같은 줄임말이다.  

어느새 나도 그 주문을 입에 달고 산다. 

소중한 아들들아, 부디 아말 다말, 무사무탈 해다오!


-13화에 계속-

입대 커뮤니티 카페를 붙잡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