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쓰는 일 하고 운동하지 않으면? ‘큰 일 납니다 ’

택배기사의 건강관리법

by 김희우

젊었을 때라고 하면 조금 웃길 수도 있으려나?

지금보다 젊었을 적인 20대 초반에 스피닝 강사와 퍼스널 트레이너 일을 겸한 적이 있었다.

전역 후 모든 대한민국 청춘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뭐해 먹고살까?

어떤 일이 내 적성에 맞을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군대 2년을 갔다 오면(정확히 1년 9개월이긴 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윤곽이 잡힐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다시 백지상태로 돌아와 막막한 미래와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고민만 하던 어느 날, 내가 몸 쓰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중간 이상 간다는 게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수영, 골프, 합기도 등 여러 운동을 배웠고 어느 정도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해왔었다. 몸 쓰는 일 중에서, 어떤 기술이라도 배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그러다가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한 공고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초보자 환영! 돈 벌면서 운동 배울 수 있는 ㅇㅇ헬스장 아르바이트 구인”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2016년은 한창 우리나라에 헬스와 다이어트 붐이 일 때였다.

단순히 마른 몸이 아닌 근육으로 잘 잡힌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인들 사이에도 일반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래서 헬스 업계에 발을 담그는 건 미래를 위해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았다.

어차피 딱히 할 것도 없었던 터라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지원 전화를 걸었다.

첫 출근 날 우락부락한 형님들이 맞아주셨던 게 기억난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이런 메아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1년 반 개월 동안 헬스 일을 하게 되었다.


우락부락한 형님들이 무서워서는 아니었고 일이 적성에 맞았다.

초반에는 월급 60만 원을 받으며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헬스장에 있었다.

중간중간 운동도 하고, 배우고 일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전문 강사를 하기까지 버는 월급은 족족 자격증 따는데 투자했다.

그러면서 일한 지 반년쯤 되었을 때는 재키 스피닝 자격증(재키 인도어 사이클 체조학교)을 따게 되어 스피닝 강사 일도 할 수 있었다.

스피닝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스피닝은 정말이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격렬한 운동이면서 유쾌한 운동이기도 하다.

수십 대의 자전거가 구비된 스피닝 룸은 항상 밀실처럼 어두운데, 운동이 시작되면 클럽 조명처럼 현란한 색상의 조명들이 켜지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거기에 신나는 댄스음악을 틀어놓고 다 같이 위아래로 팔을 뻗고 움직이는 율동을 하며 발로는 페달을 돌린다.


회원들이 완벽하게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각각 다른 동작으로 운동을 하는 모습을 앞에서 지켜보면 참 재미있다.

특히 딱 봐도 중성지방이 많아 건강이 안 좋아 보였던 회원이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한 몸을 갖게 되었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스피닝 강사 시절, 내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나름 인기 강사였다.

스피닝 강사 중엔 젊은 남자 강사가 많이 없어 어머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점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정말 즐기며 운동을 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 같다.

스피닝 외에 자격증을 땄던 불가리안 백 자격증(수플레스), 케틀벨 자격증(KFKL), 택핏 자격증(택핏 아카데미) 등 여러 기능적 운동은 여러모로 스마트한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업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근육을 크게 키우는 것이 목적인 웨이트와 달리, 기능적 운동은 몸의 기능 향상을 중시하는 운동이다.

기능정 운동은 맨몸 운동과 더불어 케틀벨이나 불가리안 백 등 소도구를 활용하는 운동을 한다.

이 운동을 하면 크고 화려한 근육은 얻을 수 없지만, 속부터 단단하게 차오른 슬림한 근육을 갖게 된다.

이때는 인생 처음으로 배에 왕자도 갖게 됐다.

운동을 그만둔 뒤 그 왕자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대신 언제든 최적의 몸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요즘도 몸매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루 5분이라도 하려 한다.

매일은 못해도 간헐적으로라도 운동을 하다 보니 살이 잘 찌는 체질임에도 항상 적정 수준의 몸을 유지한다. 운동을 평생 직업으로 삼게 되지 않아 자격증이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언제든 나와 주변 사람들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짜고, 트레이닝해 줄 수 있는 하나의 기술을 갖게 됐으니 그 시절의 1년 반이 아깝지는 않다.


그래서 뜬금없지만 전 기능성 운동 강사인 택배기사로서 택배기사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택배는 택배고 운동은 따로 더 하시라"라는 말이다.


생수로 처음 택배를 시작했을 때 내가 퍽이나 힘들어 보였던지, 생수 센터장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따로 운동하는 거 있어요?, 택배는 택배고 운동은 운동이에요, 배달 다 끝나면 꼭 운동을 해야 해요”


운동을 배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말은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너무나 중요한 말이다.

일은 일이고 운동은 운동이다.

일이 고되다고 운동이 된다고는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고된 만큼 운동이 되기보다는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육체노동 같은 경우엔 고정된 자세에서 특정 근육과 관절을 반복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부상 위험이 높고 특정 근육과 관절 질환을 높여 신체 비대칭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체노동 강도가 높은 일을 할수록, 여러 근육과 관절을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육체노동은 장시간 신체를 혹사시키기 때문에 운동할 때 주로 나오는 엔도르핀이 아닌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온다.

또한 호흡도 일정치 않아서 많은 활성산소가 생겨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운동효과를 보기는커녕 오히려 면역력이 약해지고 각종 질환과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일하면서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되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는 노력 해야 한다.

바른 자세로 일하는 것만으로, 부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 자세란 예를 들어 무거운 것을 들거나 옮길 때 데드리프트와 스쾃 자세를 잘 활용하여 물건을 몸에 잘 밀착시킨 뒤 허리는 편 상태를 말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특정 부위가 아프다거나 허리가 아픈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업무 중의 힘쓰는 일을 기능적으로 하면 일 끝나고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데 시간과 비용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건강에 더욱 관심이 간다면 하루 5분에서 15분 정도 스트레칭을 꼭 챙겨주고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러닝머신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몸의 밸런스를 잡을 수 있다.

주말에 등산을 다니거나 러닝을 하는 취미를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운동에 대한 지식이 없고 이것저것 생각하기 귀찮다면 주 2회 한두 달 퍼스널 트레이닝으로 운동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많은 육체노동자들이 기능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27화어른들 말 잘 들으며 하라는 대로 살았더니 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