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요즘 나의 아이는 미운 네 살의 뒤를 이을 미쳐버릴 것 같은 일곱 살, 즉 7 춘기가 찾아왔다.
얼마나 꼬라지를 부리는지. 정말 주말 동안 같이 있다 보면 내 마음속에서 용광로처럼 분노가 활활 타오른다.
네 살일 때는 그래도 통통한 팔다리를 가진 4등신 아이가 하찮은 이유로 억지를 부리는 모습에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지, 일곱 살이 되자 아이는 가끔씩 나보다 말을 더 잘한다고 느낄 만큼 아주 똑똑하게 내 말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엄마의 속을 박박 긁어놓는다.
가장 많이 싸우는 이유는 바로 유튜브 시청 때문이다. 주말에는 종종 유튜브를 틀어주는데 이제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인지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유튜브를 틀어달라 한다.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 주었는데 이게 점점 과해지더니 이젠 내가 끌 시간이 다 되었으니 유튜브를 꺼야 한다고 말을 해도 “아 한 번만 더요! 제발요!!!” 손 모아 비면서 계속 유튜브를 보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둘이서 어쩔 수 없이 힘겨루기를 하게 되는데 내가 약속대로 유튜브를 꺼버리면 아이는 그것이 그토록 억울하고 서러워서 엉엉 울어버리며 이 집을 떠나겠다고 나와 남편에게 협박까지 일삼는 것이다.
이제 고작 7살 올라가는, 만 5세 아이가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는지!
처음 이 집을 떠나겠다고 말할 때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는데 요 놈이 진짜로 집을 떠나려고 주섬주섬 운동화를 신는 모습을 보니 기도 안 차서 말이 안 나왔다.
한 번은 그래 네 놈이 한 번 떠나봐라 싶어 티브이를 다시 보여주지 않는다면 집을 나가겠다고 협박하는 아이에게 그래! 어디 한 번 나가보라고 응수하였고 아이는 그래서 어떨결에(?) 정말 이 추운 한겨울에 내복에 맨발로 집을 뛰쳐나가게 되었다.
아이가 집을 나가자마자 나와 남편은 바로 집 밖으로 나가 아이를 찾아 헤맸는데 놀랍게도 아이는 맨발로 무려 27층이나 계단을 걸어 내려가서 아파트 공동 현관에 앉아 있더란다. 맙소사! (아이를 발견해 주신 옆집 아가씨 정말 고마워요)
이렇듯 요즘 나와 아이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하루를 보내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나의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 가끔씩은 아이가 정말 너무 미울 때도 있다.
특히, 나는 좋은 마음으로 아이에게 모두 맞춰주면서 정말 딱 하나 지켜야 하는 규칙을 지키자 하는데 아이는 이런 나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역시나 제 마음대로 하려고 하니 아무리 아이라지만 인간적으로 아이에게 실망감이 크다.
한 번은 레고 놀이를 하도 좋아해서 셋이서 이 추운 겨울날 레고를 사 와 조립을 하였는데, 이제 씻을 시간이 되어서 씻고 나머지 레고를 하자고 좋게 좋게 타일렀는데 아이는 그때부터 또 나머지 레고를 다 하겠다며 억지를 부렸다. 울 시간에 후딱 씻고 오면 되는데 아이는 그렇게 20여분을 내리 울었다.
결국엔 어르고 달래서 씻기고 나머지 레고를 하였는데 그때의 처참한 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도대체 왜 이렇게 나의 마음과 다를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또 예쁘다. 내가 몸이 안 좋으면 나를 위해 자신의 애착 인형과 함께 이불을 덮어주고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아이스팩을 내 머리 위에 올려준다.
가끔은 나에게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고는 그 단어를 대화하면서 꼭 한 번은 써보려고 노력하거나 유치원에서 뭐 하나 배우면 나에게 와서 제법 진지한 얼굴로 자신이 아는 것을 (알고 보면 너무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는 걸 보면 또 그저 작고 귀여운 어린아이이다.
육아의 진정한 목표는 아이의 자립이라고 한다. 나는 아이의 완벽하고 건강한 자립을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말도 안 되는 억지에는 단호하게, 아이다운 어리광은 어느 정도 받아주면서 말이다.
아,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너무 힘들다.
사실 이 초보 엄마는 얼른 이 7 춘기가 끝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