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여기에 있지? 아, 진짜 시간 아깝다.’
처음 본서에 출근했을 때부터 든 생각이었다. 첫 월급을 받고서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내가 왜 하던 일을 그만두고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하는지 납득 할 수 없었다. 군인 월급이 아무리 올랐다고 해도, 레스토랑에서 기본으로 받던 180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것도 불만이었다.
내 생각은 본서에서 공장화재 뒷정리를 하고 나서야 바뀌었다. 보조 인력(의무 소방, 사회복무요원)들은 직원들을 도와 방화복을 빨고 간이텐트, 간이침대, 구조대 차량을 청소했다. ‘내가 여기 이렇게 있는 게 헛된 시간이 아니구나. 소방관들을 돕는 거구나.’ 그날부터 최선을 다했다. 보조 인력이라서 업무도 보조에 그칠 뿐이지만 모든 게 좋았다.
터닝 포인트는 한 번 더 왔다. 본서보다 규모가 작은 119안전센터로 발령 났을 때였다. 내가 맡게 된 일들은 더욱 많아졌다. 특히 직원들에게 밥을 해준 날은 잊을 수 없다. 맨 처음 가족들에게 요리를 선보인 고등학교 1학년 때나 처음으로 업장에 들어가서 요리를 시작한 순간과 맞먹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내가 만든 음식 앞에서 소방관들이 기운을 내고 행복해하는 순간들이 정말 감사했다.
“아들아! 남들 다 하는 군 생활, 누구는 깨닫고 누구는 허송세월로 끝난다. 너는 깨닫고 갔으면 좋겠다.”
수많은 보조 인력을 봐온 최기호 센터장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군 생활을 끝마칠 무렵에야 센터장님의 뜻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분들이 현장에 나가 시민들을 구하고 우리의 일상을 유지시켜 주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볼 줄 알게 된 나는 119안전센터에서 즐겁게 밥을 하고 전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