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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조각
늦은 밤, 헬스장 수건.
낮에 억지로 먹은 떡볶이를 떠올리는 닳은 주황빛.
나도 모르게 욕을 뱉고 말았다.
싫은 건 싫은 거니까.
갓난아이든 열 살이든 백 살이든
싫은 건 싫은 거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싫다’는 말을 삼키게 된다.
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네, 좋아요.
먹기 싫다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하고,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괜찮다는 허황된 술수로 지내다 보면
고장 나는 기분이 드는데,
기분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몸 어딘가가 꼭 고장 나고 만다.
그러므로 휴일에는 업무 모드를 끄고
‘싫다’는 말을 마음껏 해본다.
금요일 밤은 그런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점이다.
괜찮지 않은 걸 괜찮다고 말하지 않고
안 괜찮다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일.
재미없다. 싫다. 별로다. 진짜 별로다.
나와 맞지 않는다. 거저 줘도 싫다. 힘들다.
형용사와 동사를 시작으로
행위까지 이어지는 문장을
가감 없이 말하는 것이다.
밥 먹고 안 걷는 거 싫다.
운동 못하는 거 싫다.
자느라 못 노는 거 싫다.
기다린 약속 취소된 거 싫다.
재밌다고 칭송하는 프로그램 실은 재미없다.
인기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 거 언급하기도 싫다.
먹기 싫다.
같이 먹기 싫다.
하나도 안 웃기다.
걸음걸이도 듣기 싫다.
마음속에 메아리치는 이야기도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병들지 않는 것.
스스로 알고 믿는 나를 잃지 않는 것.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
그러니 숨기지 말고 솔직해져 보자.
역시, 아무래도 금요일 저녁 회식은 싫다.
운동할 시간이 줄어든다.
정말 싫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