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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조각
취미는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인의 회복탄력성을 위해
필수다.
쳇바퀴 굴리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그마저도 없다면 인격을 잃고 미치고 말 것이다.
취미를 마음 가는 대로 해석하자면,
‘취’하여 ‘미’치지 않음이다.
단, 직무 착용은 제외.
직무와 연관된 활동은
취미보다 공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거듭 심화하여 반복하는 학습 말이다.
그런 활동도 즐거울 수는 있으나
종래에, 결과에 쫓기며
정신적 피로에 시달리는 경험을 한 뒤로,
학습과 취미를 좀 더 구분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취미에도 자주 정신적 피로가 딸려 온다.
지나친 야근으로 아침 또는 저녁 운동을 못할 때,
눈, 비와 같은 자연재해로 등산을 못할 때,
목표 거리를 채우지 못한 러닝이나
부상으로 인한 강제 휴식,
즐기지만 늘지 않는 연주 실력,
응원하는 팀의 연이은 패배,
야구 경기 연장으로 인한 드라마 결방,
시스템 오류로 OTT 시리즈 회차 공개 지연,
읽기로 한 책이 별로일 때 등등.
적고 보니 학습이나 직무 스트레스와
견줄 만큼 되는 것 같지만,
취미를 만들고 차곡차곡 쌓다 보면
직무와 무관하게 누리는 취미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끄는지 알게 되고
그런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