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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Sep 24. 2024

61 조각. 새삼, 삼겹살, 북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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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조각



공휴일을 넘고 넘어서 평일.

평일 중에서 극악한 한 주의 시작을

카페인에 의존 중이다.

처음으로 추석에 송편을 먹지 않았다.

먹지 못한 게 더 맞나?

유치원생이 먹기 좋은

아주 작은 콩떡 12개 한 팩이 4천 원.

매해 사 먹기도 하고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올해는 만들지 않았고 사기엔 비싸서

결국 한과로 만족했다.

그런 것과 별개로

쉬는 분위기의 휴식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나

행복하게 찌운 마음은

출근을 시작으로 빠르게 연소.

하루도 못 가고 다시

속이 궁핍한 현대인이 되었다.

풍요로운 개미는 정녕 불가능한가 보다.

내년 추석은 개천절과 한글날이 붙어 있어,

연차 없이도 일주일을 쉴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황홀하다.

당장 퇴근이 구만리지만

더위도 가시고,

9월도 곧 끝나 세 달 남은 올해.

남은 날 동안 뭘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하는 것도 많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스트레스 없이 숨만 쉬며 누워있는 것.

그런 마음,

무력의 늪에 빠져드는 마음을

있는 힘껏 외면하는 건,

지금 가장 해야 하는 일.

매 순간이 전쟁이다.

창도 방패도 없이

맨몸으로 돌진하는 기분.

반소매로는 곤란한 서늘한 기온을 느끼며,

둥글게 차올랐던 달이 반토막 나고

다시 사라지기를 지켜보며 앞으로 달려 나간다.

앞이 아닌 회전일지라도 일단 달려본다.

새삼스러운 가을 공기를 느끼니,

삼겹살 구워 양파장아찌와 먹고 싶다.

지금 내게 북극성은 다름 아닌 그런 것이므로.

생존이 아닌 만족과 행복의 식사.

무해하고 즐거운 시간.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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