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다, 면
빵과 떡과 면. 건강을 돌아보고 식단 관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화두에 오르는 정제된 탄수화물의 대표 주자다. 동시에 내가 사랑하는 음식들이다. 그중에서도 면 이야기를 꺼내는 건, 면이 제일 악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빵과 떡은 먹다 보면 물리는데 면은 그런 것 없이 계속 들어간다. 또한, 면 중의 면인 라면만 봐도 나트륨과 칼로리가 얼마나 압도적인가. 물만 먹어도 곧잘 붓는 사람에게 그건 악몽과도 같다. 그렇다고 면을 끊을 수는 없는 일이다. 휴가 둘째 날 아침의 정신이 덜 깬 상태에서 먹는 뜨끈한 컵라면 맛이나 무더운 여름철 먹는 냉면 또는 막국수의 맛, 손발이 얼 정도의 추위에 먹는 따뜻한 가락국수 맛을 어떻게 놓을 수 있을까.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겨 몇 개월 동안 스님처럼 식사를 해야 했을 때에도 나는 대체 식품을 찾아 면을 먹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한데, 하루아침에 밀가루를 비롯해 유제품, 고기, 해산물 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식품을 끊으니 몸은 좋아졌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먹을 수 없는 모든 음식이 머릿속에서 강강술래 놀이처럼 빙글빙글 메아리쳤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 그립고 먹고 싶고 그렇게 눈물이 났다. 그런 억겁의 시간을 보낸 뒤에 배운 점은 무작정 참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면을 끊기 위한 여러 차례의 시도가 처참히 실패한 것도, 그다음으로 시도한 방식인 빈도수 조절이 결국 원래로 돌아간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된다. 안 먹거나 참는 방식은 일시적 일수는 있지만 지속가능한 방식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할 때, 맛있고 좋아하는 음식을 영원이 안 먹을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고민 끝에 찾은 대안은 대체품이다. 어떤 음식이 먹고 싶어 지기 전에, 충족이 될 만한 대체 식품을 먹는 것이다.
면 요리에서 잔치국수, 골뱅이비빔국수, 김치국수, 콩국수 등 다양하게 활용하며 먹었던 건 밀가루로 만든 소면이었다. 그 제품은 특별한 비법 없이 아무렇게나 익혀도 쫄깃쫄깃해서 어떻게 먹어도 맛있었다. 그래서 대체품을 찾을 때도 쫄깃쫄깃함이 있었으면 했고, 검색 끝에 쌀로 만든 소면을 찾았다. 쌀가루가 주로 들어가며 약간의 감자전분과 정제소금이 들어간, 정말로 밀가루 0%의 제품이다. 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소면이라 그런지 나트륨도 적지는 않지만, 밀가루를 먹을 수 없거나 먹지 않아야 할 때 먹을 수 있으니 정말 좋다. 게다가 그 소면은 면을 익힐 때 찬물을 얼마큼 넣느냐에 따라 식감을 조절할 수 있다. 덜 넣으면 일반적인 밀가루 소면과 비슷하고, 더 넣으면 그만큼 쫄깃쫄깃해서 콩국수로 먹을 때 잘 어울린다. 콩국수뿐이 아니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장국수하고도 잘 어울려서 지금도 늘 구비해 두고 먹는 중이다.
하지만 소면은 익혀 먹어야 하기 때문에 요즘같이 더울 때는 비교적 손이 덜 간다. 그럴 때 좋은 건, 다시마면이다. 삶지 않고 바로 조리해먹을 수 있으면서 다시마를 원료로 만들어 나트륨과 탄수화물 그리고 칼로리가 소면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면을 구매하면 소스도 같이 오기 때문에 그저 보존수를 빼 흐르는 물에 씻은 후에 원하는 채소를 곁들여 먹기만 하면 된다. 다시마면 말고 미역면도 있는데, 워낙 미역국을 좋아하기도 하고 먼저 선택한 다시마면이 맛있어서 다시마면만 먹고 있다. 다시마면을 생각하면 우선적으로 비릴 거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비린 맛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지 않은 날은 물을 끓여 데치거나 면에 부어 한 차례 헹궈주면 더 맛있고 좋다. 무엇보다 여름철 면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참외와 잘 어울리기 때문인데, 참외를 채 썰어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보편적으로 여름 요리 고명으로 사용하는 오이가 100%의 맛이라면 참외는 1000%의 맛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마지막 면 요리로는 콩국수를 말하고 싶다. 여름에 챙겨 먹는 사람들은 꼭 먹는 콩국수도 건강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면을 오이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른바 오이콩국수다. 오이를 면처럼 얇게 채 썰어 콩물을 부어 먹는 것인데, 콩물 대신 아몬드우유나 귀리우유에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 먹는 방법도 있다. 예상 가능한 맛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 먹어 보면 왜 해 먹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체 식품을 찾아두었더라도 늘 그것만 먹지는 않는다. 라면, 자장면, 가락국수, 냉면, 쫄면, 막국수 그런 음식들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대체 식품의 진가는 일반 면 음식 열 번 먹을 것을 한 번으로 줄이고 나머지 아홉을 대체 식품으로 먹는 데에 있다. 그렇게 먹을 때, 만족도 충족되면서 절제도 되고 건강도 찾아진다. 밀가루나 탄수화물을 많이 먹을 날을 정해두고 전날이나 먹고 난 후에 더 열심히 운동하는 방법도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효율적이라 꾸준하게 실천 중이다.
사실 대체 식품을 찾을 때는 절박한 심정만 가득했다. 먹고 싶은데 알고 있는 식품들은 먹을 수가 없어서. 아는 그 맛이 아른거리는데 다시 아프고 싶지는 않아서. 그래서 우는 마음으로 제품 뒷면과 상세페이지를 훑었다. 광고성이 아니라 적어야만 하는 영양 정보와 원재료와 읽지 말라는 건가 싶게 조그맣게 적은 글씨까지 꼼꼼하게 읽었다. 그렇게 하나씩 찾은 제품들로 덜 슬프고 더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금도 하나씩 늘려가는 중이다. 아직 먹지 못한 면들도 있다. 보리가 몸을 차갑게 한다고 해서 언젠가 먹자 싶은 보리면, 현미밥 먹고 탈이 난 적 있어 배제했다가 요즘 들어 먹기 시작한 현미가 100% 들어간 현미면 등이다. 집에 있는 면들을 먹어 없앤 후에 시도해 볼 예정이다.
요즘은 오일파스타를 한번씩 만들어 먹었는데, 정제된 탄수화물이 안 좋다고만 알다가 오히려 파스타면에 나트륨이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면이 있고 요리법도 그렇다. 지속가능한 관리가 언제나 즐겁기만 하진 않아도, 열렬히 차려 먹는 식사가 모여 건강한 나를 메꾼다고 생각하며 힘을 내본다. 나는 면을 사랑하고 그러므로 포기할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