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삶, 운동 편

천천히 꾸준하게 나를 위한 시간

by 개복사

겨울에 수술을 받았다. 분명한 사실인데 믿기지 않는다. 내가? 수술을? 진짜로? 거짓말. 처음 병원에 갔을 때부터 잘 회복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렇다. 놀다가 다치기나 했지, 특별히 아픈 적도 없고 큰 수술을 받아본 적도 없어서 더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고 해야 하나. 머리로는 아직도 인지 오류가 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몸에는 흉터라는 정직한 흔적이 남았고, 이제는 그 흉터를 원동력 삼아 매일 땀샘을 개장하고 있다.


시작은 걷기였다. 전신마취 수술 후에는 빠른 회복을 위해 열심히 걸어야 하는데, 이전에 얼마큼 몸을 관리했는지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 그리고 나는 운동과 거리 두기를 실천했기 때문에 느려도 너무 느렸다. 너무 느려서 옆에서 응원 차 같이 걷던 엄마가 발이 아프다고 하실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최고 속도였다. 아픈 와중에도 답답하고 어이없었다. 때문에 걸음 수도 거리도 집어치우고 시간을 목표로 움직였다. 10분만 걷자. 10분을 다 걷고 난 뒤에는 다시, 10분만 더 걷자 하면서 조금씩이라도 더 걸으려고 노력했다. 30분에 1.5km도 못 걸었지만, 꾸준하게 걸었다. 그렇게 1km 걷기를 20분 남짓 걸리던 게 17분, 14분, 11분 차차 빨라졌다.

이후에는 시간보다 거리와 걸음 수에 기준을 두었다. 몸의 상태에 따라 편차가 컸기 때문이다. 힘을 내기 위해서는 벅찬 목표보다 실천 가능한 목표가 효과가 좋았다. 기준을 높게 두고 못했다고 좌절하고 속상하기보다 가능성 있는 목표로 낮춰 설정한 뒤에 이뤄내면 스스로가 그렇게 뿌듯하고 멋질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는 스마트워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목표를 이뤄 동그랗게 채워진 링을 보고 있으면 오늘을 잘 살아낸 것 같아서 마음이 몽실몽실해졌다. 그래서 10km 걷기를 중심으로 두고, 걸음 수는 10,000걸음에서 20,000걸음으로 유동성 있게 설정했다.


그런데 조금씩 나눠서 짧게 걷다가 오래 걸으려니 심심했다. 노래도 오디오북도 다 듣기가 싫었다. 몸이 회복 중이어서 그런지 만사가 시끄럽고 귀찮았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라디오를 켰다. 평생을 듣지 않은 라디오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별별 프로그램을 다 시청했고, 끝내 발견해 냈다. 북극성 같던 그 프로그램은 바로, 김신영의 정오의 희망곡이었다. 다른 건 다 안 들어오는데, 그것만 유일하게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재밌기까지 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말을 현란하고 다정하게 잘하는지 신기해하면서 웃기도 하면서 3주 동안 힘을 받았다. 그때 나는 발에 물집이 잡혀서 계속 커지는 중이었고, 심지어 오른쪽 발뒤꿈치는 수술 전에 다쳤는데 심하게 파여서 속살이 다 차기도 전에 물집이 잡힌 터라 너무 아팠다. 어떻게든 양말에 잘 숨겨서 걷고 돌아와 씻으면서는 참지 못하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걷기 짝꿍으로 ‘희망곡’이라도 있어서 덕분에 괴로움보다 즐거움에 현혹되어 잔뜩 서러워진 마음으로도 건강에 한 발씩 나아갈 수 있었다.


밖에서 운동하는 습관이 들여진 다음에는 실내 운동을 시작했다. 다가올 장마도 그렇고 여러 형태의 출퇴근을 대비해 다양한 방식의 운동을 시도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당장 1kg을 빼고 5kg을 빼는 게 아니라 앞으로 살면서 쭉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삶에 어떤 변수가 있어도 지지 않고 나를 건강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법과 그에 따라 무슨 일어나도 괜찮다고 여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10분, 15분, 30분, 40분 이렇게 시간별로 나눠서 운동 영상을 따라 하기도 하고, 일주일 챌린지도 해보고, 당차게 100일 챌린지도 시작해 봤다. 100일 챌린지는 우려대로 목표가 너무 멀어 결국 중도하차했다. 시간 대비 칼로리 소모량이 높은 운동은 어떨까 싶어서 버피와 팔 굽혀 펴기를 했다가 안 그래도 나쁜 팔꿈치가 더 나빠져 주사를 맞기도 했다. 이후에는 스쿼트와 점핑 없이 서서 하는 운동 같은 내 관절과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을 찾아서 따라 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야외 운동도 달리기까지 추가해 서서히 운동량을 늘리고 있다. 10분씩 뛰어보다가 20분으로 늘고 30분까지 늘어나서 30분 5km 조깅을 목표로 뛰고 있다.


그간 운동을 하더라도 미적 목적을 위해 하다가 진정한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고 모든 수치가 정상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도, 갑자기 3kg이 찌더라도 다시 뺄 수 있다는 점도, 정신적으로도 맑아지고 의욕이 생긴 점도 그렇다. 사람을 만날 때 표정이나 말투뿐이 아니라 그 사람의 근육에 대해 생각하는 점도,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이모티콘을 보면서 이 캐릭터는 코어가 좋아 점프를 크게 하는가 보다 하는 점도 나날이 새롭고 신선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마음이 무너질 때 회복하기까지 더 오래 많은 방법이 필요했다고 하면 요즘은 냅다 나가서 걷는다. 걸음 하나에 불필요한 마음 하나씩 덜며 훨씬 건강하게 마음의 갈무리를 한다. 때로는 걷다가 오늘 몫의 운동으로 생각이 옮겨가 어떤 운동으로 마저 채워볼까 생각하기도 한다.


머리 위에 눈 지나 꽃비 지나 잠자리가 난다. 운동을 할 때는 기분이 정말 좋다. 운동만큼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나 역시 아무도 찾지 않고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은 드문 것 같다. 그만큼 하루에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값진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 안의 나쁜 것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다. 우울감, 무력감, 내장 지방, 호르몬 과다 분비, 알레르기 반응 같은 것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운동을 한다. 건강하고 싶어서. 사는 내내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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