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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조각
스으읍- 후- 스-읍- 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기.
아이러니하게도 숨이 막히는 순간조차
숨을 쉬어야만 다시 숨을 쉴 수 있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주인공 미지는 하루의 시작에 앞서
방문을 나서기 전에 주문을 왼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나는 사무실에 진입하기 전
마지막 계단에서 주문을 왼다.
오늘만 버티자. 퇴근하면 집이다.
모든 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
봄의 산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거나
뚝뚝 떨어지는 애벌레나
여름 초입에서 나뭇잎에 닿는 착지 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꼽등이와 귀뚜라미나
화분 옆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벌이나
시기마다 번식을 위해 우는 새소리나
곧 기승을 부릴 모기도.
깨진 보도블록 주위로
대충 둘러 둔 안전 고깔처럼
임시방편일지라도.
하루는 열심히 운동하고
골반을 풀어주고 스트레칭하다가도
목이 말라 축 처진 이파리가 되어 스러지고,
혹은 민달팽이가 되어 바닥에 착 붙어
세상의 속도에 비해 미미한 전진을 해도.
모두 살기 위한 몸부림.
죽지 않으려는 숨 고르기.
세상은 나라는 사람을 품기에
그릇이 작은 거라고.
좀 더 무해한 세계가
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며
이족보행 동물 답게 뚜벅뚜벅 걷는 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