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모두 병원으로 떠났다. 입원생활을 다시 시작하니 밖에는 늦장부리던 겨울도 성큼 와버렸다. 올해는 한여름과 한겨울을 병원에서 보냈다. 나 혼자 남겨진 텅 빈 집 안은 차갑게 식어가고 냉장고의 음식들은 조금씩 상해 간다. 내가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잘 자고 먹는 것. 남은 음식들을 한데 모아 비빔밥을 만든다.
실리콘 용기에 담긴 밥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3분 30초. 이건 알알이 흩어지고 잡곡이 들어 거칠기에 아버지가 못 드신다. 냉장고의 반찬들을 조금씩 덜어 그릇에 담는다. 어머니가 구색을 맞추기 위해 해놓은 반찬들이지만 아버지는 덩어리감과 냄새 때문에 먹지 못한다. 아버지의 밥상을 차릴 때 늘 올려도 아버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그대로 버려진 지 몇 주가 되었다. 먹지 못했던 것들을 모아 붉은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을 둘러 숟가락으로 푹푹 섞는다. 꿀꺽.
삼키는 것도 근육이 있어야 삼킬 수 있고, 그리고 그 근육도 약해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꿀을 길게 하고 삼키는 거래, 아빠 크게 꿀~꺽 해보자 세 번 만. 아버지와 함께 집에서 재활 운동을 했는데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가 음식물을 씹고 혀가 움직이며 섞다가 혀의 뒷부분이 언덕을 만들어 잘 다져진 음식물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목 근육이 목젖 언저리에 뭉치는 듯한 느낌이 들며 음식물을 식도로 넘긴다. 꿀꺽. 아버지의 식사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흰 죽 반그릇을 뚫어져라 보다가, 겨우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어도 아버지는 사레가 자주 들렸다. 차차 아버지는 식사를 싫어하시게 되었다. 아빠, 아빠가 조금이라도 먹어야 살아. 이 말을 목구멍에서 꺼내지 못하고 다시 밀어 넣었다. 꿀꺽.
올해 초, 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는 살이 쪄서 작은 옷들을 버리고 새로 샀는데, 새 옷들을 여태껏 꺼내 입지 못한 것도 많다. 아버지는 살이 쪄본 게 처음이라 턱 밑에 찐 살이 병인줄 알았대. 그때 어머니와 웃으면서 말했다. 아버지는 점점 가벼워지고 조금씩 사라졌다. 싫다고 하셨어도 억지로라도 먹였어야 했는데 하고 저번주에 어머니와 얘기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 어머니와 함께 꿀꺽. 씹지 않고 목 뒤로 넘기는 데에만 집중한다. 위장 안에 넣으면 다 소화가 되겠지. 금세 한 그릇을 비워냈다. 꿀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