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 일기가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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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메모장에 글을 쓰지 않고 바로 타이핑하여 글을 씁니다. 옛날에 잠시 다녔던 온라인 글방에서, 요즘 사람들은 타자와 뇌가 어느 정도 동기화 되어 있어서 흐름대로 쓰게 되기 때문에 생각하고 쓰기 위해서 종이에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해주셨는데요. 맞는 것 같아요. 지금은 생각과 동시에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 글은 일기가 되어버릴 거예요. 왜냐하면 전 일기 같은 글밖에 못 쓰는 사람이거든요. 글의 중심이 저에게서 벗어난 적이 잘 없어요. 아직 미숙해서 그런가 봐요.


글을 쓸 때 가장 큰 고민은 늘 비슷해요. 어떻게 하면 내 이야기를 쓰되, 울지 않는 글이 될까. 어떻게 하면 일기 같지 않은 글로 담백하게 쓸 수 있을까. 아니, 에세이 도대체 뭐지. 교훈도 없고 깨달음도 없는 내 글은 에세이인가 일기인가. 대충 이런 흐름으로 흘러가요. 저는 제 감정을 남에게 전이시키고 싶지 않아서요. 이 글을 읽을 때는 적어도 다섯 발자국 떨어지세요. 진짜 진짜 자세히 들여다보시면 안 돼요. 떨어지신거 맞죠? 따로 확인하진 않을게요.


한 달 전쯤, 제 아주 친한 친구 중 하나에게 제 글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은 적 있었어요. 진짜 웃기죠. 사실 작가도 뭐도 아닌 그냥 글을 봐주세요! 누가 보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으로 올리는 아주 작은 사람인데요. 그런데 그 친구가 사실 제 첫 글쓰기를 함께한 친구거든요. 근데 그 친구는 제 글을 보고 마음이 힘들지 않다고, 그리고 제 글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사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요) 그냥 좋아한다는 말만 들었어요. 그래서 계속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제 글을 좋아한다는 걸 그냥 일단 믿어보기로 했거든요.


사실 이 글이 일기가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예요. 지금 저 되게 감정적이고 제정신이 아니에요. 저는 너무 즐거우면 잠을 잘 못 자거든요. 오늘 너무 하루가 좋았어요. 아 참, 아직 저 눈 안 감고 잠에 들지도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오늘이라고 할게요. 저는 하루를 그렇게 세거든요. 그래서 오늘 하루가 진짜 좋았다는 말까지 했죠. 좋은 사람들이랑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가끔 너무 좋으면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와서 무서워요. 그래서 무서워 무서워하면서 웃었어요. 물론 무섭다는 말은 속으로 했어요.


중간에는 심리 상담을 위한 사전 면담을 보이스톡으로 했어요. 아주 붐비는 카페였고 가는 길에도 지하철에서 온갖 소음들로 괴롭다가 중간에 울어버렸는데요. 전화를 하러 잠깐 무리에서 빠져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제 증상을 담담히 말한다고 했던 게 더 현실 자각이 되었달까요. 그 소란스러운 카페가 너무 여실히 느껴져서요. 전화가 끝나고 나서는 귀가 웅웅 대는 느낌이었어요. 무리에 다시 녹아들어서 주변 소음이 조금 괜찮아질 때까지 얼굴이 굳어있었는데, 티가 났을까요? 몰랐으면 했는데.


오늘 정월 대보름이었어요. 몇 없는 단톡방이 달을 보라고, 예쁘다고 소란스러워졌어요. 저는 그때 제가 좋아하는 언니랑 얘기하느라 바빴는데 말이죠.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근데 언니랑 있다가도 소음에 놀라서 숨길 새도 없이 울었는데 언니가 놀랐을까요? 하하. 언니가 이 글을 볼 것도 알고, 좋아요도 나 신경 써서 안 누르는 거 알고 있으니까요, 진짜 괜찮았다고 다 지나갔다고 여기 한번 더 쓸게요. 언니 읽고 있어? 나 진짜 괜찮아.


돌아와서 11시쯤 왔는데 내일 아침 일찍 가족 병원 나들이를 가야 해서 빨리 잠자리에 드신 것 같았어요. 기분은 울렁울렁 파도치는데 꼭 너무 신난 날은 또 너무 슬퍼서요. 아 이 기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 없이 SNS를 보고 있었달까요. 사실 어떻게 할지는 늘 알아요. 오늘 몫의 약을 먹고, 눈을 감고, 생각을 멈추고 숨을 고르게 쉬다가 잠에 드는 것이지요. 이미 아는 데 안 하는 거면 더 나쁜 사람일까요?


지금까지 저는 생각을 하지 않고 썼어요. 지우기 버튼은 오타 났을 때만 눌렀는데. 괜찮을까요? 이 글이 올라가도? 걱정 마세요. 이 글은 인스타 스토리처럼 24시간 후에 지워버릴 거거든요. 왜냐고요? 제 일기잖아요.


다들 잘 잤으면 좋겠다. 저는 한참 못 잘 때 그랬거든요. 옆에 사람은 잘 잤으면. 모두의 꿈에 놀러 가기엔 많이 늦었겠죠. 잠자려고 노력해 볼게요. 잘 자요!


추신, 나도 모르게 퇴고하려고 위에서부터 읽다가 멈췄어요. 몰라요 퇴고고 뭐고 그냥 체크표시 누를 거예요. 알아두세요 진짜 24시간 후면 지울 거니까.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