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드림캐처 02화

드림 캐처

실종

by 포뢰


“실종된 표재혁군은 홍화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으로…….”


뉴스마다 재혁의 실종사건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큰일이라고는 기르던 개를 잃어버려 찾는 사람이 고작인, 이렇다 할 사건 하나 없는 작은 마을이 뒤집어졌다.


6월 10일 재혁이가 사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마을 사람들은 방송국 차량과 경찰차를 질리도록 볼 수 있었다. 재혁이를 모르던 사람들도 이제는 재혁이를 알게 되었다. 비록 재혁이가 실종 되고 난 후지만.

처음에는 가출을 생각했다. 그 후에는 유괴를 당한 것이 아닐까 했지만 범인이라는 사람에게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았다. 몸값을 요구하기는커녕 재혁이를 데리고 있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재혁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 또는 재혁이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둔 부모들, 같은 동네 사람들 모두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

방송국에서는 학교 친구들과 인터뷰를 했다.


“재혁이가 빨리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재혁이는 활발하고 착한 친구였어요.”

“재혁이는 체육시간을 가장 좋아했어요.”


재혁이는, 재혁이가, 재혁이를……. 아이들은 매일 재혁이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무도 재혁이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재혁이는 우리 반에서 가장 활달한 친구였어요. 가끔 학급일도 도와주는 착한 아이였죠. 담임인 제가 체육이라 그런지 체육시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누구라도 좋아요. 지금 재혁이를 데리고 있는 분이 이 방송을 보신다면 부디 재혁이를 돌려보내 주세요. 우리는 당신을 탓하지 않을 겁니다. 재혁이만 무사히 돌아오면 되요.”


트레이닝복을 입은 재혁의 담임은 언론과 인터뷰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담임선생님 뒤로는 아이들이 카메라를 향해 부채꼴 모양으로 서 있었다. 모두들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일부는 눈물을 흘리고 있거나 일부는 시선을 내린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태호는 마음이 무거웠다. 재혁이 실종되던 6월 10일. 편의점 앞에서 골목길을 지나가던 재혁을 봤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뭐? 재혁이를 봤다고?”


뉴스를 보던 아빠가 깜짝 놀라며 태호에게 물었다.

태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그 날. 재혁이가 없어진 날. 오후에.”

“재혁이가 뭐하고 있었는데?”

“그냥……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어.”

“그거뿐이야?”


태호는 의외의 질문에 눈을 들어 아빠를 바라보며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재혁이가 누구 차에 타거나 끌려가는 걸 본 건 아니고?”


태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태호가 본 재혁이는 혼자였다. 아빠는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태호에게 말했다.


“그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왜?”

“지금 재혁이 없어져서 이 난리인데 네가 봤다고 하면 경찰이 가만히 있겠냐? 너 붙잡고 엄청 물어볼걸. 경찰서에도 들락거려야 하고. 뭐 특별한 걸 본 것도 아니니까 어디 가서 괜히 말하지 마. 입조심 하란 말이야.”

“……그래도 돼?”

“네가 말 안하면 누가 알겠냐? 아니면 매일 같이 경찰서에 들락거려야 한다니까. 골치 아파.”


아빠 말이 맞는 걸까? 정말 내가 본 재혁이는 실종과 아무 상관없는 걸까? 찝찝함이 남아 있지만 태호는 아빠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어찌 보면 아빠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태호는 혼자 골목길을 걸어가는 재혁을 본 것뿐이다. 뽑기를 하러 문방구를 가거나, 친구네 집에 갔을지도 모르지.


태호는 아빠의 충고대로 입을 다물었다. 홍화중학교 야구 5인방이 모여서 재혁이의 실종에 관해 이야기 할 때도 태호는 그 날 걸어가는 재혁이를 봤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말할 수가 없게 되었다.


“너 그 날 재혁이를 봤다면서 왜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했어?”


이제 와서 “나 사실은 그 날 재혁이를 봤어.”라고 말한다면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렇게 반문 할 것 같았다. 태호는 비밀을 간직한 채 자연스레 야구 5인방에서 멀어졌다.


시간이 흘렀지만 재혁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재혁이를 기다렸지만 어른들은 달랐다. 누구 하나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재혁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죽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방송국 차량과 경찰들로 북적이던 재혁이의 집도 점점 한산해져 갔다. 재혁의 부모님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주 가끔 누나만이 생필품을 사러 밖으로 나올 뿐이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도 재혁이의 누나를 붙들고, 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물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나를 힐끔거리며 쳐다 볼 뿐 이제는 인사를 건네지도 않는다. 누나 역시 죄인마냥 필요한 것들을 대충 집어 들고 집으로 사라질 뿐이었다.


재혁이의 사건이 방송을 타자 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집에 전화를 했다. 미친 소리를 해대는 놈도 있었고, 위로의 말이랍시고 몇 마디 건네거나 아니면 사실은 너희가 아이를 죽인 것 아니냐는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었다. 방송을 탄 후 재혁이를 내가 데리고 있으니 돈을 보내라는 전화는 끝도 없이 걸려왔다. 그 와중에 위로가 되는 것은 부모님이 흔들리면 안 된다며 마음을 굳건히 가져야 한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뿐이었다. 체육 담당인 담임선생님은 가끔 전화 해 재혁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수사상황을 물었고, 부모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재혁이가 사라진지 1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2주가 지났다.


마침내 7월 8일 새로운 소식이 들렸다.



다른 도시. 재혁이의 집에서 차로 1시간 넘게 이동해야만 닿을 수 있는 먼 거리의 도시. 재혁이는 이 도시에 흐르는 하천을 본 적이나 있을까? 어른키 마냥 웃자란 잡초들을 상상이나 해 봤을까?


제보가 들어왔다. 더러운 하천에 설치된 배수구. 그 옆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던 시신. 한 밤 중에 몰래 쓰레기를 태우러 들어왔던 노인과 개가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의 시체를 발견했다. 아이의 옷은 전국적으로 방송을 탔던 실종 된 아이의 옷과 동일했다. 회색 후드 집 업, 흰색 티셔츠, 검정색 반바지. 특이한 성을 가졌던 아이. 표……머시기.

하천 옆이라 벌레들이 그득하다. 각종 오물이 떠다니는 배수구 옆에는 악취와 벌레 때문에 사람이 가까이 하지 않는다. 윙윙대며 날아다니는 파리떼들, 구더기, 굼벵이……. 더운 날씨에 부패가 빨리 진행되어 아이의 살아생전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입고 있던 옷과 운동화만으로 이 아이가 재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언제 죽었는지도 알 수 없다.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쥐 같은 작은 짐승들과 벌레들이 재혁의 시신을 파먹고, 일부는 비에 씻겨 내려가기도 했다.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재혁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오로지 범인만이 알 것이다. 범인과 재혁이의 접점도 알지 못했다. 박살이 난 휴대폰을 복원했지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재혁의 시신이 발견되고 사건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재혁을 아는 모든 사람이 슬픔에 빠졌다. 하지만 어쩌면 오히려 발견 된 것이 다행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종은 끝나지 않는 게임의 연속이었고, 죽음에는 차라리 끝이 있었다.


재혁이가 어딘지도 알 수 없는 하천에서 발견되고 서둘러 장례식이 치러졌다. 실신해 있는 재혁이의 어머니,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던 아버지, 누나와 친척들, 재혁이의 학교 친구들과 담임선생님. 미안해. 사랑해. 이제 재혁의 귀에 닿지 못할 말들이 허공을 맴돌았다.

재혁이의 14년 인생이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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