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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색무취 Aug 01. 2022

내 몸을 망가뜨렸던 식습관

절제가 필요하다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밥 잘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말을 매일같이 듣고 자랐다. '주변의 어떤 친구는 전쟁 후 힘들게 상경해서 돈 많이 벌고 성공했는데, 젊은 시절 많이 먹지 못하고 고생 많이 해서 60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지금 어린 너희들은 계속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이 먹어둬야 건강히 오래 살 수 있다는 말로 그들의 이야기는 끝을 맺곤 했다.

     어르신들의 덕담이자 산업화 이전 늘 먹을 것을 고민하며 힘들게 살아왔던 세대의 바램이기도 했다. 분명 좋은 의도로 하신 고마운 말씀이지만 가공식품 및 먹거리가 넘쳐나는 현 시대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위험한 이야기이다. 나 또한 내 몸에 직접적인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의식적으로 뭐든지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음식에 대한 '절제' 가 '잘 먹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후 건강검진에서 당화혈색소 (A1C) 가 높게 나오고 반복되는 목/허리 통증과 복통을 겪고 나서야 나는 식습관을 바꿨고 지금은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으로 다시 건강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30대 중반까지 내 몸을 가꾸지 않고 함부로 대했던 것에 후회와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전 나의 잘못된 습관들을 여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나는 나의 몸을 생각하기 보다는 포만감을 위해 불규칙하게 음식을 먹었다. 업무 시간 틈틈이 찾아오는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틈틈이 에너지바나 간식을 먹었고 이는 내 몸의 혈당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췌장이 계속 일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고의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특히 저녁 식사량이 많았고 식후 최소 3시간 정도 소화를 시키지도 않은 채 1시간내로 바로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췌장의 혹사 및 당뇨병으로 가는 스텝을 차근차근 밟아왔던 것이다.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고 그대로 출근해 일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밤새 내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느라 지친 간에 무리를 주는 행동이었다. 간은 회복력이 강하지만 한번 망가지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장기로 알려져 있다.

('푸짐한' 저녁식사의 예,    이미지 출처: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15020601770)


     몸에 대한 자각이 생긴 이후 나는 췌장과 간을 무리하게 하지 않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침을 절대로 거르지 않고 가능한 한 푸짐하게 먹는다. 아침-점심-저녁 사이에 간식을 먹지 않으며 저녁은 가급적 적게 그리고 7시 이전에 먹어 10시 언저리에 취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로 나는 과일을 즐겨 먹었다. 당시 건강에 대한 지식이 얕았던 나는 과일은 자연에서 난 것이므로 과일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을 갖고 있었기에 당화혈색소 수치가 눈에 띄게 오른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내 몸을 위해서 과일을 자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결국 달콤한 과일의 맛은 '과당' 으로부터 나오며 이는 과하게 되면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야 나는 가급적 과일 대신 채소를 먹기 시작했다. 저녁 이후 과일 섭취는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보통 일반적으로 저녁엔 식사량이 많은데다 여기에 과당까지 더해지면 혈당이 급상승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매 끼마다 가급적 채소 위주로 먹고 있으며 과일을 먹을 때는 사과와 같이 혈당을 서서히 올리는 과일을 주로 아침에 먹는다. 당뇨 심혈관 전문의 조홍근 박사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얻은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맛있고 '달콤한' 과일들,  이미지 출처: https://www.checkyourhealth.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63)


     마지막으로 나는 습관적으로 음료수를 마셨다. 넘쳐나는 탄산음료를 대수롭지 않게 마신 것은 미국 이주 초기 내가 한 큰 잘못 중의 하나이다. 미국의 음료수 캔이나 식당에서의 컵 사이즈는 한국에 비해 두 배 정도 또는 그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빈도와 유사하게 음료를 마시더라도 몸에 쌓이는 당분은 배 이상이 되는데 나는 그 결과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2018 년경 분당 서울대병원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인의 췌장 크기 및 인슐린 분비능은 서양인에 비해 적어 같은 조건이라도 당뇨병에 더욱 취약할 수 있는데 나는 이러한 건강/의학적 지식에 무지한 채 많은 미국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물처럼 음료수를 마셔댔던 것이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저녁마다 맥주를 마셨고 알코올이 근육을 분해하면서 내 몸은 더욱 더 지방형 체형으로 바뀌어  갔다. 스트레스와 음주가 계속되니 피로가 가실 일이 없어 커피 역시 자주 마셨고, 뇌를 인위적으로 각성시키는 카페인에 더욱 의존하며 불면증이 심화되었다.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크기 비교, 이미지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180727127900017)


     내가 운동을 시작하며 첫 번째로 개선한 것이 바로 탄산음료를 끊은 것이다. 처음에는 톡 쏘는 맛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이 힘들었지만 운동과 병행하며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자 동기 부여가 되어 익숙해져 갔고 이제는 물 이외의 음료수는 마시지 않게 되었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음주를 할 때가 있긴 하지만 웬만해서는 이제는 술 또한 마시지 않는다. 매일마다 운동을 하고 나면 저녁 10시 이후에 자연스럽게 잠이 몰려오므로 잠을 청하기 위해 술을 마실 필요가 없으며, 원활한 혈액 순환 덕분에 다음 날 개운하게 일어날 수가 있어 커피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현 세대는 먹는 것을 절제해야 버틸 수 있는 세대이다. 운동을 통해 몸 상태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내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느냐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일찍 자각하고 잘 관리해서 건강한 생활을 지속해 나가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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