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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색무취 Jul 12. 2022

운동의 가치 그리고 14kg 감량기

일은 나중에, 우선 운동부터 하자

    직장 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객의 요구, 부족한 인력, 무리한 일정 등등의 사항은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요즈음의 직장에서 그 무엇보다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내가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무력감일 것이다. 


    이민 1세대 직장인의 경우 이 무력감은 더욱 심하게 다가올 수 있다. 아직 영주권 및 신분이 해결되지 않은 경우 회사에서 해고되면 언제든지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불완전한 언어 소통으로 인한 업무상의 오해, 가족을 꾸리고 늘어만 가는 책임감에 비해 그대로인 사회적 지위, 제한적인 인간 관계에서 오는 고립감 등등으로 인해 점점 더 말이 없어지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잃어가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한국의 직장인들이 무력감을 덜 느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회이며 촘촘히 엮인 인간 관계에서 오는 답답함과 정신없이 바쁜 일상은 점점 더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나 역시 이전 3년간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통에 이를 경험한 바 있다.   


    운동이 가진 특별한 점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인 일상 생활 속에서 몇 안되는, 어떻게 보면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행위라는 것에 있다. 듣기만 해도 울화통이 터질 것 같은 고객의 목소리나,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 오는 직장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 모두 운동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머리속에서 떨쳐버릴 수 있다. 나를 괴롭히는 과거의 상처, 걱정을 안겨주는 미래의 고민에서 잠시 벗어나 오직 바로 이 순간의 운동 루틴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운동의 효과들은 내가 운동을 계속하는 한 언제나 지속될 수 있다.


    부정적인 뉴스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몇 안되는, 거의 확실한 긍정을 가져다주는 행위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운동의 가치이다. 졸업과 취업, 육아, 재정, 이민,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압박 상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내가 지금껏 큰 병치례 없이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은 지난 8년간 꾸준히 하루 30분씩 해 왔던 운동 덕분이라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나의 몸무게는 적정 체중에서 14kg을 초과한 상태였다. 아직 30대임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아파 왔으며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던 어느 날, 이대로 살다간 정말 쓰러져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더 이상 운동은 취미나 여가 시간에 하는 고상한 행동이 아니었고, 정말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자각이 이를 계속하게 해 주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할 경우 꼭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는 의욕에 넘처 과하게 운동하지 않는 것과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1주일 후, 사업부의 매니저와 사내 헬스장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내가 뛰는 모습을 잠깐 보았던 듯, 그는 바로 내게 한 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 지금 신고 있는 무거운 운동화 대신 아주 가벼운 러닝 슈즈를 신고 뛰라고 말이다. 젊었을 때 무릎에 무리를 주면 50대 후반에 접어든 자신의 나이대에 관절 통증으로 고생을 한다는 것이었다. 경험에서 나온 이 말은 자칫 의욕에 앞서 부상을 당할 수 있었던 운동 시작 초기에 나를 지켜 준 귀중한 조언이었다. 그날 즉시 러닝 슈즈를 주문하고, 전력으로 달리던 운동 방식 또한 속보 및 가벼운 달리기로 바꾸었다. 적정 체중에 근접하게 되기 전까지는 전력으로 뛰다 관절에 부상을 입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8년간 나와 함께한 러닝 슈즈)


    운동 시작 후 2달만에 10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꾸준한 운동과 함께 아내의 도움으로 병행한 식이 요법 또한 큰 도움을 주었다. 우선 습관적으로 마시던 물 외의 음료수를 끊었다. 저녁에 먹는 쌀밥 양도 줄여 당 섭취를 제한하고, 아침을 거르지 않았다. 이렇게 10kg이 빠지자, 달라진 몸이 주는 변화를 체감하게 되었다. 허리 통증이 줄었으며, 운동 후 머리에 피가 잘 도는 느낌을 확실히 느꼈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이전보다 수월해 졌다. 무엇보다 업무에서 느끼던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었다. 회사 업무는 전혀 변한 것이 없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내 자신이 변한 것이었다.

            

    이후 4kg을 감량하는 데는 대략 4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체중만으로 보면 큰 차이는 없지만, 이 시기에 나의 몸은 확실히 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어난 건강 체질로 탈바꿈했다. 관절에 대한 부담 없이 달리기를 주 3회, 하루 30분씩 꾸준히 했고 주 1-2회의 근력 운동을 추가했다. 나만의 근력 운동 루틴을 만드는 데에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후 별도의 글로 쓸 예정이다.) 이렇게 추가한 근력 운동은 하체, 코어 및 등 근육과 같은 주요 부위를 발달시켜서 이후 적정 체중을 계속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직장인으로서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운동을 오래 하지 않고 짧게 끝내야 한다. 운동 시간을 30분 내외로 조절할 수 있어야 이동 시간 및 샤워 시간을 포함해 1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오랫동안 이어나가지 못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너무 열심히 오랫동안 운동을 하기 때문에 이를 편안히 매일의 습관으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어쩌다 큰 맘 먹고 하는 이벤트로 실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속적으로 운동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 


    14kg 감량 후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직장에서는 자기관리 잘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종종 마주치는 사내 헬스장의 사람들을 통해 업무에 도움을 받는 일도 경험했다. 허리띠 밖으로 꺼내서 입었던 와이셔츠도 깔끔히 바지 안에 넣어서 입게 되었고 가끔씩 마주치는 사람들의 반응에서도 좀 더 호의적인 태도를 느꼈다. 여기에 건강검진 결과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 스트레스 또한 크게 줄어들었으니 바랄 것이 없다. 


    오늘도 오후 5시가 되면 나는 변함없이 오피스에서 나와 운동을 하러 간다. 일은 끊이지 않고 저녁에도 메일 확인을 하거나 디자인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도 상관없다. 지금부터 50분간은 나만의 시간, 이 세상의 부정적 에너지를 날려 버릴 긍정의 힘을 주입하는 시간이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이 시간을 포기할 수 없다.   


바로 지금 운동부터 하자. 나머지 일들은 그 이후에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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