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 3. 심심할 땐 블로그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SNS는 인스타그램일 것이다. 30대 이하는 인스타를 많이 하고, 40대 이상은 네이버 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세대를 막론하고 유튜브를 많이 보지만, 창작자로서가 아니라 영상을 시청하는 소비자, 구독자로서가 대부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블로그이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09년이었는데, 조금 하다가 한참을 쉬었다. 8년쯤 지났을까, 다시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개인 기록용이었다. 해도 해도 안 되던 수영을 배우면서 수영 일기를 썼고, 여행과 일상을 기록했다. 인플루언서가 되지는 못했지만, 찐 이웃도 생기고 재미있었다.
블로그를 하면 무엇이 좋을까. 나의 기록이 쌓인다. 나날이 흐려지는 기억을 보충하듯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면 언제든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기록이 쌓여서 추억이 되고 나만의 앨범이 된다.
나만의 자료를 모을 수 있다. 하나의 주제로 운영하는 경우, 기록한 자료가 모여 나만의 데이터 뱅크가 된다. 나중에 활용하기도 좋고 검색하기도 좋다.
블로그를 하면 이웃이 생긴다(블친). 가상 세계에서의 인연이라고 우습게 볼지 몰라도, 서로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 소통하기에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친구가 많이 없는 나는 블로그를 통해 여러 사람을 알게 되었고, 같은 지역에 있는 사람 또는 같은 모임에 소속되어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특히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계속 글을 쓰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블로그 이웃은 하루아침에 소리 없이 떠나버리기도 하지만, 좁은 지역사회를 떠나 멀리 있는 사람을 알게 되어서 참 좋다.
한동안 블로그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어가서 새 글을 확인하고 댓글을 달곤 했는데, 요즘은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글을 쓰느라 인기가 확 떨어져 버렸다. 주로 하는 블로그 하나에 개인 기록용으로 블로그 하나 더, 거기다 가끔 들어가 보는 인스타, 밴드, 네이버 카페, 참 많기도 하다. 거기에 나를 작가로 만들어 준 브런치스토리까지 있으니 심심할 새가 없다. 브런치스토리의 글은 좀 더 수공이 들어가지만, 블로그 글은 일기처럼, 메모처럼 올릴 수 있으니 부담이 없다.
블로그도 사람이 하는 것인지라 인기가 있고 많은 사람이 봐주면 더 신이 나서 열심히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조금이라도 블로그에 소홀해져서 글을 올리지 않거나 이웃을 자주 찾지 않으면 외로워지기도 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열심히 하고 통계에 많이 연연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블로그 친구들을 알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사람 부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영상 기반이라 왠지 정이 덜 가지만 텍스트, 정보 기반인 블로그가 나에겐 더욱 친숙하다. 요즘은 브런치스토리보다 읽을거리가 부족하고 광고가 많은 블로그가 예전 같지 않아 섭섭하기도 하다. 그래도 오랜 정으로 길들여진 블로그를 찾으며 오늘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