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예요?(휴양지 놀러 다닐 거예요?)"
예전에 지인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어안이 벙벙해진 적이 있다. 딱히 나쁜 의도로 한 말은 아니겠으나, 휴양지에 여행 가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베짱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는 호캉스를 즐기는 스타일도 아니고 보통은 휴양지보다 자연경관이나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맑고 푸른 바다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수색이 수려한 동남아 해변으로 떠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영을 배우기 전에는 나도 휴양지보다 유럽이나 일본 같은 여행지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맥주병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수영 초보고 바다에서 물놀이하는 것을 무서워하지만, 휴양지는 항상 나를 유혹한다. 늘씬한 야자수 아래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신나는 음악과 시원한 음료. 일말의 고민이나 한 치의 우울함도 용납하지 않고 바짝 태워버릴 것 같은 뜨거운 태양. 추운 겨울이라면 더 그리워하게 되는 것들이다.
허나 종종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여행 성향은 유럽에 대한 편중된 애정이다. 혹자는 휴양지 여행은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이런 사람일수록 유럽과 미주, 호주 등 서구 여행지를 높이 평가한다. 일단 볼거리가 많고 뽀대 나고 흔치 않은 이색적인 여행지로 생각한다. 이런 곳으로만 여행 가고 싶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자주 가지 못하는 만큼, 한 번 가면 여러 곳을 가능한 한 많이 보고 오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사람마다의 차이는 있지만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 더 자주 볼 수 있는 성향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은 문화사대주의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지만, 동양인은 서양이 흥미롭고 서구인은 동양에 매력을 느끼는 이치가 아닐까.
여행이란 그 사람만의 기호고 취향이다. 휴양지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유럽, 미주, 남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것이 상위고 하위인가. 이러한 개인 취향을 굳이 그렇게 평가할 이유가 있을까. 나와 미적 감각과 입맛이 다른 사람이 많듯이 여행 취향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슷한 사람끼리 여행 가고 교류하면 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떤 여행지를 좋아하시는지 궁금하다. 자연경관, 역사, 문화체험, 섬, 휴양지, 레포츠, 종교, 동물, 식물 등등. 한두 가지 깊게 파는 스타일도 있을 테고 두루두루 집밖으로 나가면 다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족끼리도 일치하지 않는 취향인데 타인이라면 오죽하겠는가.
결론: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을 하세요. 그리고 잠시나마 행복해지면 그만입니다. 다른 사람의 여행도 존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