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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alone?

혼자 하는 여행

by 류다



마음과 취향이 잘 맞는 여행 메이트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보통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친구랑은 시간이 잘 맞지 않고 우리 집 식구들은 여행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다. 남편은 여권조차 없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여행할 때는 친구가 있는 곳을 방문할 때로 한정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나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로 떠났다. 이제는 아이들도 여행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엄마 따라다니면 개고생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같이 여행 갈 사람이 없어서 여행을 포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가끔은 여행사 패키지여행에 혼자 가기도 했는데, 사실 좀 부끄럽다. 그래도 잠시 부끄러움을 극복하면 여행의 추억이 남는다. 자유여행으로는 동유럽, 일본과 중국을 혼자 다녀왔다. 처음이 어렵지 몇 번 가다 보면 혼자 여행도 할만하다. 평소 혼자 영화도 보고 밥도 먹지만, 외국에 가면 사람 많은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도 쉽지는 않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편하지 않아서 음식을 사가지고 숙소에 와서 먹기도 한다. 혼자라도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이라면 혼자 여행하는 것이 덜 힘들지 않을까?

혼자 여행하기 가장 편한 나라는 단연코 일본이었다. 일본에서는 혼자 밥 먹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고 외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혼자 식사하고 나마비루를 마셔도 자연스러운 문화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늦은 저녁에 혼자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도 잊히지 않는다. 음식은 맛이 별로였고 계산하고 나니 거스름돈을 작은 단위의 동전으로 한가득 쏟아줄 때의 그 기분 나쁨이란.


할슈타트에서 체스키 크룸로프로 이동하는 셔틀을 탈 때 기사님이 물었다.

"Are you alone?"

의외의 질문에 멀뚱히 쳐다보니 다시 "Alone?"이라고 물었다. 물론 작업 멘트는 아니다.

그런데 그 말이 아직도 떠오르는 걸 보면, 그때 나는 혼자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혼자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외로워졌을 것이다. 할슈타트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움을 같이 느낄 사람이 없다니. 눈빛만 봐도 생각을 짐작할 수 있는 사람과 우리말로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

가끔 몇 명의 친구와 여행을 가봤는데 잘 맞지 않아서 힘들었다. 피를 나눈 언니랑은 그나마 잘 통하는 편이었지만, 시간이나 여행지를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또 혼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세상을 떠돈 지가 몇십 년인데 같이 여행을 떠날 벗 하나 없다고 생각하면 쓸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혼자 여행이 두려워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나의 가장 든든한 친구인 alone을 데리고 새로운 풍경을 찾아 떠나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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