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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Dec 03. 2022

그 이야기는 겨울의 프리지어처럼

 내가 누나보다 조금 더 밝은 명암이었을 때 

 누나가 나보다 조금 더 어두워지기로 했을 때     


 누나가 광주에 왔다 시집을 잔뜩 사줬고 서가앤쿡에서 밥도 먹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운동장에 앉아서 가만히 풍경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같이 있었지만 동시에 다른 밝기를 가졌고 흑백사진에는 묘한 명암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비를 맞으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 유독 멀게 느껴졌을 때

 누나가 집에 있는 시간이 먼 미로를 걷고 있는 것만 같았을 때     


 나는 지구가 암전된 것만 같았고 누나는 지구가 불에 타는 것만 같았다 다른 것이 비슷하게 엉켰다 벽에 대고 말하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벽이 흔들리고 벽지가 방안에서 부유할 때 누나의 시간을 짐작했다 한달을 보름처럼 지냈고 1년을 일주일처럼 간직했다      


 유독 작은 카페에서 디저트를 고르는 일을

 유독 작은 서점에서 내 미래를 점치는 문장을 고르는 일을     


 잠깐일지라도 내 빛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내가 지닌 동일해지고 싶은 마음이 동화였다면 누나가 지닌 동일해지고 싶은 마음은 울타리였다는 것을 누나가 광주에 왔던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나는 그림자처럼 조금 더 어두워지기를 택한다     


 누나가 조금 더 밝게 보인다 나는 내게서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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