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발밑의 작은 인부들.

by 나무느을보

켜켜이 쌓인 구름이 해진다. 흰 직물들의 매듭이 느슨해졌다. 빛이 떨어지고 그 아래로 개미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나무둔치 아래로 그들의 집이 있다. 불평하는 법을 모르는 개미들은 무작정 일렬로 걷는다. 전날에 잠깐 쏟은 성긴 비는 그들의 담장을 헐고 집을 집어삼켰다. 개미들은 분명 그 이전에 비가 올 것을 알고 모래톱을 쌓아놓았지만 빈약한 방비책이었다. 시커먼 빗물은 개미들이 쌓아올린 그 모든 것들을 부수고도 남는 것이었다. 살아남은 개미들은 다시금 차오르는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금 모래톱을 높게 쌓는다. 지겨운 기색도 없이 그 유리담장이 완성되었다.


발밑의 세상은 이렇듯 고요하게 책임을 다한다. 밤이 누운 해의 목을 조르듯이 개미들은 거리낌이 없다. 비명 하나 내지르지 않는 것 같다. 열을 지키고 부단히 짐을 옮긴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오래지 않다. 작은 몸집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은 이렇듯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수시로 짓누르는 빗물에도 아랑곳 않고 덤빌 수 있는 강단이 필요하다. 아니, 덤빈다는 자각조차 없이 나아가야만 한다.


개미들은 이제 모래톱을 모두 다 쌓았다. 그들은 이제 자신의 깊숙한 굴의 이슥한 곳까지 다다른 다음, 막장의 탄부들처럼 혹은 무너진 잔해의 구조원처럼 행할 수 있는 것들을 행한다. 쌀알처럼 흰 알과 애벌레들을 닦고, 죽은 이들을 한 곳에 모아 장례를 치른다. 곧 비가 올 것을 개미들은 알고 있다. 발밑의 이들은 연약한 만큼 비에 젖은 흙냄새를 잘 맡는다. 이미 저 그늘 너머 비탈길에는 비가 쏟고 있다. 비가 주변을 헝클어뜨리고 있다. 오늘 밤이나 새벽 중에 그들 중 몇은 익사체가 되고, 몇은 살아남는다. 그리고 수복을 다시 반복할 것이다. 거스를 수 없다는 식으로.


잠깐의 볕이 떨어지던 구름이 다시 흰 붕대를 감는다. 해는 익몰하고 난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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