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산

사람들이 묻히는 북쪽의 땅.

by 나무느을보

굽은 등허리에 흰 소금꽃이 피었다. 희게 쉰 머리에 땀방울이 엉기다 흙바닥에 한 점, 두 점의 흔적을 남긴다. 말갛고 얕은 강이 곁에서 흐른다. 송사리 때가 물길을 거스르는 모습이 보이고 그 그림자마저 비쳐 보일 정도로 투명한 강이다. 그 곁으로 빼곡하게 잡풀들이 올라와있다. 그 속에 입에 쓴 것과 쓰지 않은 것, 풀독이 있는 것, 없는 것이 섞여있다. 지난 가을을 버티고 말라죽은 부들과 억새가 뭍에 오른 병정들처럼 기우듬하게 섰다. 흰머리 노인 두셋이 잡풀을 해치고 적당한 나물거리를 골라내었다.


흰 강의 너머로 무료한 젊음이 조바심을 느끼며 그 장면을 찬찬히 살핀다. 그의 곁엔 토끼풀이 돋아있고, 네 잎사귀의 행운들은 진즉에 어린 아이들이 골라간 지 오래다. 청년은 토끼풀 고르는 장난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흰머리 노인들처럼 봄날이 틔운 것들을 고르는 법을 잘 알고 있지도 않다. 그는 흰 강을 바라보며 행처를 정하고 있다. 강 너머 북쪽으로는 가시나무 심긴 정원이 있고, 무덤길을 빙 둘러 놓았기에 그곳의 넋들은 길이 가로막혔다. 그는 비로소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젊음은 가시나무를 베러 가기로 했다. 흰 강을 건너고 진물이 나도록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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