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움키어 짜내는
비에 젖은 헝겊이 걸린 듯 가슴이 축축하고 무겁다. 땀이 배어나오고 심장은 불규칙하게 울고 있다. 그 작은 핏덩이가 주먹을 움킬 때마다 검붉고 진득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들이쉰 숨은 거칠게 허파를 헤치고 나아가 폐주머니를 풀무질하고 연약한 갈빗대를 들어올린다. 시간이 흐른다. 시간의 경과는 기계적인 태엽이 아닌 심장과 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나무들은 대신 맥을 멈추고 느릿한 숨을 쉰다. 살덩이를 말아 올리고 주먹을 쥐어서 피를 짜내는 일 따윈 없다. 그들의 호흡은 낮 중에 들숨을, 밤중에 날숨을 한 번씩 깊게 삼키고 뱉는 식이다. 이렇듯 나무들의 시간은 더디다.
거울 속의 남자는 얼굴이 붉다. 머리는 몽롱하고 표정을 알기 어렵다. 그는 심장의 곤란을 겪고 있다. 심박 속에 모래알이 섞여들어 달그락거리고 그는 시간의 멀미를 겪는다. 껄끄러운 것들이 그의 숨과 심장 속에서 잡음을 만들었다. 거울 속의 인간은 겁이 많다. 금방이라도 나무굼벵이처럼 몸을 웅크릴 것 같다. 작은 굴을 파두고 그 안에서 숨을 고를 것 같다. 햇볕을 따라 몸을 기울이고서 작은 잎사귀를 틔우려는 식이다. 그는 늙은 고목처럼 가만, 가만히 거울 속의 자신과 시선을 맞대었다. 월계수가 된 다프네처럼 무력해 보인다.
손과 머리를 떨고 가볍게 세면장을 박차고 나선 남자는 자신의 소파 위에서 심장처럼 웅크렸다. 태아나 갓난아이처럼 주먹을 움켰다. 비로소 머리가 쾌청해진다. 그 잠깐의 소나기로 비구름이 흩어지듯이 아주 찰나이다. 축축하고 무거운 심장이 몸을 일으켰다. 앞서 하루를 시작한 이들의 틈새로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