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게 여행이지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했다. 내가 호주에 있다는 것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나는 대학교 휴학 중이다. 전공은 적성에 안 맞으니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겠다는 명목으로. 복학을 한 달 앞둔 지금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불안함과 자책감이 가득한 상태에서 떠나온 여행이다. 이런 마음으로는 무엇도 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울감을 떨치기 위해 여행만 한 것이 없다. 그렇게 비행기 표를 끊었고 지금 나는 호주에 있다.
어쨌든 지금은 호주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한국에서의 걱정은 떠오르지 않았다. 여행은 참 신기하다. 새로운 곳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니.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지만 나는 지금 호주에 있으니 이 순간을 충실히 즐기자고 다짐하며 공항을 나섰다.
숙소로 가려면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어진 에어트레인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역무원이 플랫폼에서 티켓 검사를 하며 이야기한다. 지금 공사 중이니 센트럴 역에 가려면 센트럴 역 다음 정거장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고. 들어보니 몇 개의 역은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듯했다. 문제는 우리는 센트럴 역이 아니라 보웬힐역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웬힐역도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지 알아내야 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구글맵으로 검색했다. 구글맵은 중간에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보웬힐역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구글맵이 알려준 대로 가면 되겠지 싶으면서도 공사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일까 찝찝하다. 불안한 마음에 호주 현지 어플인 Translink로 다시 찾아봤다. Translink는 쉽게 말하자면 한국의 네이버지도 같은 것이다. Translink는 공항에서 한 정거장 뒤인 이글역에서 내려 갈아탄 후 보웬힐역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두 어플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알려줬다.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이 됐다. 구글맵이 맞다면 갈아타지 않아도 되니 구글맵 방법이 훨씬 좋다. 하지만 만약 공사 중이라면? Translink를 따르는 것이 효율적이다. 방법을 알아보는 사이 기차는 다음 역인 이글역 플랫폼에 들어서고 있었다. 만약 갈아타야 한다면 여기서 내려야 한다. 마음이 급해졌다. 빠르게 추가 정보를 찾았다.
Translink 공지사항을 보니 보웬힐역도 공사 중이라고 한다. 빠르게 캐리어를 챙겼다. 다행히 기차가 이글역을 떠나기 전 내릴 수 있었다. 정말 다급한 순간이었다. 시작부터 일정이 꼬일 뻔했다. 호주에 온 신고식을 제대로 했다. 하지만 여행은 원래 헤매고 불확실한 것의 연속 아니겠는가. 이런 게 여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