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본격적인 관광 시작이다. 첫 장소는 론 파인 코알라 보호구역. 세계 최대의 코알라 보호구역이다. 세상 모든 동물이 귀엽고 멋진 나에게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다. 숙소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버스를 한 번만 갈아타면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기 전 교통카드를 충전해야 한다. 호주 대중교통 요금을 몰라서 얼마나 충전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강이와 토론을 벌이던 차에 옆 계단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가 요금을 알려주셨다.
“여기는 모든 대중교통이 50센트야. 버스, 전철, 페리 모두.”
‘헐. 우리가 딱 궁금했던 거잖아? 한국어 능력자이신가?’
이때는 우리가 궁금한 것을 마치 한국어를 알아들으신 것처럼 말해주셔서 신기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분이었어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객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무튼 덕분에 어느 정도 충전해야 적당한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버스를 타러 갔다.
한국은 타인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잘 나누지 않는 문화다. 누군가 곤경에 처해 보여도 먼저 물어보기 전까진 나서서 도와주는 경우가 적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는 나도 한국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분들을 보면 꼭 도와줘야지.
‘아저씨 땡큐 쏘 마치!’
무사히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호주 버스는 이번 정류장이 어디인지 안내 방송이 안 나왔다. 여행하며 탔던 버스 중 딱 한 대만 방송을 해줬다. 정류장 이름과 걸리는 시간을 알고 있으니 가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싶다. 그렇게 우리는 내릴 정류장을 지나쳐 버렸다.
지나친 것을 깨달은 후 바로 다음 정류장에 내렸다. 다행히 근처의 다른 정류장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역시 직접 겪어봐야 아는 법이다. 여행 중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기 마련이다. 익숙한 곳이 아니니까 자주 헤맨다. 이 것이 여행이다. 모르는 곳을 직접 겪으며 알아가는 것.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진짜 호주를 느낄 수 있다.
코알라 보호구역에 가는 대중교통은 이 버스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다. 관광객을 가득 태운 버스는 굽이진 길을 이리저리 잘도 간다. 보호구역이 약간 외곽에 있어 꽤 긴 시간 버스를 탔다. 평소 버스에서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이 시간이 좋았다. 창 밖을 보며 호주의 구석구석을 눈에 가득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