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024일 기념 파티

by 아라 Feb 27. 2025

호주여행 둘째 날은 강이와 내가 만나지 1024일 되는 날이다. 강이가 우리는 이과니까 1024일을 기념하자 그런다. 여행을 왔으니 끼워 맞춘 것이지만 꼭 100 단위의 날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가 의미를 만들면 그날은 특별한 날이 되는 거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1024일 기념 축하파티. 파티를 위해 장을 볼 때 작은 레몬치즈케이크를 사 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케이크를 꺼냈다. 그런데 아뿔싸 초가 없는 것이다. 기념일에 케이크는 없더라도 꼭 불을 꺼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초를 꺼야 비로소 축하를 완성한 느낌이다. 대체할 것을 찾다가 한국에서 분위기 내려고 사온 500원짜리 향초로 대신하기로 했다. 케이크 옆에 켜놓고 불만 끄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엔 불을 붙일 것이 없다. 라이터도, 성냥도 없다. 데스크에 물어볼까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 이미 데스크가 닫았을 시간이다. 결국 불도 못 붙이고 서로 앞으로도 잘해보자는 간단한 덕담(?)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화려한 케이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촛불 하나도 없는 어설픈 축하 파티였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기념일이 되었다.


기념일 날짜, 멋진 케이크, 초의 유무가 무엇이 중요한가. 기념일을 함께할 사람만 있으면 됐지.

이전 11화 시도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