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브리즈번 시내로 향했다. 메뉴는 화덕 피자이다. 호주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가성비 맛집을 추천받았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어 오는 길에 약간 헤맸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많다. 테이블이 차 있는 것을 보니 더욱 기대가 된다.
무엇을 주문할까 고민했지만 결국은 베스트라고 적힌 프로슈토 피자와 역시나 베스트라고 적힌 곤치니트러플머시룸 파스타를 주문했다. 꽤 기다린 후에 음식이 나왔다. 오빠가 피자를 한 입 먹더니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저 표정 오늘 봤는데. 크림향 파스타를 먹고 저런 표정을 지은 전적이 있어 살짝 긴장됐다. 어떤 맛이길래 저런 표정을 짓지?
음? 맛있는데? 걱정과는 달리 맛있다. 강이는 짜서 조금 아쉽다고 한다. 피자 위에 올라간 프로슈토가 좀.. 아니다. 많이 짜긴 했다. 그렇지만 싱싱한 루꼴라가 많이 올라가 있어서 루꼴라 많이, 프로슈토 약간을 함께 집어먹으면 전체적으론 향긋하고 좋았다. 그리고 파스타가 나왔는데 상상한 파스타와 달라 신기했다. 긴 면을 상상했는데 동그란 모양의 면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파스타였다.
‘호주에만 있는 파스타인가? 파스타 종류는 워낙 다양하니까.’
먹자마자 퍼지는 입안에 트러플 향이 퍼진다. 식감은 옹심이 느낌이다. 굉장히 쫀득하다. 알고 보니 내 마음대로 곤치니라고 읽었던 이 메뉴가 뇨끼였다. 뇨끼를 이탈리아어로 Gnocchi라고 표기한다. 이때 뇨끼의 이탈리아어 표기를 처음 봐서 전혀 몰랐다. 뇨끼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쫀득해서 새로운 파스타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뇨끼를 먹은 강이 표정을 보니 강이는 이것도 썩 마음에 안 드나 보다. 나는 쫀득한 식감이 오히려 새로워서 좋았다. 게다가 트러플이 들어가서 더 좋다. 트러플 파스타엔 강이와 나의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음식 가격이 저렴한데 맛도 좋아서 학생일 때 종종 가서 식사를 했다. 우리가 좋아했던 메뉴 중에 하나가 트러플 머시룸 빠네였다. 크림이 진하고 트러플향도 많이 났다. 저렴한 가격에 어떻게 이런 맛을 어떻게 내지? 감탄하면서 먹었다. 오랜만에 함께 트러플 파스타를 먹으니 그때 생각이 났다.
혼자 버스를 타고 우리가 자주 시간을 보내던 곳들을 지나가면 그때 생각이 많이 나.
따릉이를 빌려서 바구니에 가득 장 보고 돌아가던 순간.
함께 자전거 타고 등교하던 순간.
산책하다가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던 순간
편의점 앞 고양이들에게 인사하던 순간.
자주 가던 카페에서 같이 공부하던 순간.
공부만 하면 눈이 감기는 너의 사진을 찍어 놀리곤 했지
참 많은 곳에 우리의 추억이 있다. 그치?
그때 우리 가진 건 없어도 정말 재밌게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앞으로는 그때와 똑같은 행복을 느낄 순 없겠지
그때만 느낄 수 있던 풋풋하고 소박한 행복들이었어
그래서 아쉽다기 보단, 그런 순간을 간직할 수 있어서 감사해
서로에게 서로 밖에 없던, 매 순간 함께였던 그런 순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