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샌드보드를 타러 갈 시간이 되었다. 사막에 가기 위해선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인생 첫 사막이라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사막을 상상했다. 컴퓨터로 봐온 초고화질 사막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다 한가운데의 섬에 사막이 있다는 것이 가능하긴 한가?
15분 정도 지났을까? 사막에 도착했다. 가이드님이 신발을 벗고 버스에서 내리라고 하셨다. 계단을 내려오자 차가운 모래 알갱이들이 나의 발에 닿았다. 그늘에 있는 모래를 밟으니 차갑다. 부드러운 모래 알갱이의 촉감이 더욱 고스란히 발에 느껴진다. 피부로 사막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청명한 날씨에 모래언덕, 그 위에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눈앞의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사막에 왔구나.’
나의 썰매가 되어 줄 좁고 긴 직사각형 모양의 얇은 나무판자를 받아 들고 모래언덕을 올랐다. 올라가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정상에 오르니 약간 가쁜 숨이 올라온다. 숨을 고르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언덕이 생각보다 높다. 조금씩 무서워진다. 평소에도 겁이 있는 편인데 오늘 겁이 날 줄은 몰랐다. 꼭 타고 싶던 샌드보드인데 못 내려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기서 못 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그런데 내 앞 차례에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보드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어린아이도 타는 걸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여기까지 왔는데 안 탈 순 없지. 한 번만 눈 딱 감고 타보자.’
강이가 먼저 내려갔다. 샌드보드 경력자인 강이는 여유롭게 출발했다. 담력이 이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이제 내 차례다. 이제 물러날 곳도 없다. 생각하기를 멈추고 하라는 대로 했다. 보드를 모래 위에 올려두고 그 위에 누웠다. 보드 앞부분을 팔꿈치와 함께 들면 하강준비 완료. 가이드님이 발을 잡고 밀어준다. 하강! 슈우우웅~ 푸아아아압. 모래 다 먹었다. (꼭 입은 다물고 타길 바란다)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순간 두려움은 없어지고 즐거움만 느껴졌다. 생각보다 안 무섭잖아? 너무 재밌다. 포기했으면 이 재밌는 걸 평생 몰랐을 것이 아닌가. 한 번만 이겨내면 이렇게 즐거운 세상이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즐긴 내가 기특했다.
나는 보드를 챙겨 곧바로 모래 언덕을 다시 올랐다. 아…. 맞다… 언덕 오를 때 진짜 힘들었지. 진심으로 생각보다 더 힘들다. 처음 오를 때는 버스에서 정상까지라 완만했는데 이제는 가장 밑에서 언덕을 올라야 해서 더 경사가 높다.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거 맞아?’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경력자 강이의 팁은 앞사람이 지나간 곳을 밟는 것. 그런 곳은 모래가 조금은 단단해서 덜 힘들다. ‘그래. 그냥 얻는 건 없지’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땅만 보며 걸었다.
두 번째 시도. 강이 앞사람이 내려가다 모자를 떨어뜨렸다. 강이가 모자를 자기가 내려가며 주워보겠단다. 강이라면 할 수 있을 거다. 강이는 내 주변 사람들 중 신체 능력치가 최상위다. 아마 내 주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중에서도 상위권일듯하다.(진심으로) 아무튼 강이의 능력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강이는 모자를 향해 출발했다. 정확히 모자를 향했고 강이는 잡아냈다. 해낼 줄 알았다. 모자를 잡은 오빠를 보며 말했다.
“He got that!!”
가이드님이 말하신다. “He is professional. He can try difficult pose next time. Haha.”
이제 다시 내 차례다. 이번엔 두려움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대뿐이었다. 곧바로 준비자세를 취했고 다시 한번 힘차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렇게 4번을 탔다. 4번밖에 못 탔냐고 할 수 있지만 많이 탄 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올라가는 길이 정말 힘들다. 후회 없이 즐겼으니 됐다. 그렇게 나에겐 즐거운 경험과 멋진 사진 그리고 털어도 털어도 계속 나오는 모래가 남았다.(입을 다물고 타도 입에서 계속 모래가 나온다.)
모래언덕 위에 올랐을 때 처음엔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서 보드를 탔다. 한 번 용기를 낸 뒤로는 어렵지 않았다. 무언가를 처음 할 땐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 과정과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두렵다. 그렇다고 시작도 안 하면 결과를 평생 알 수 없다. 그렇게 후회하는 것보다 시도하는 것이 좋다. 일단 발을 떼면 처음의 두려움은 없어지고 점점 과정을 즐기는 나를 발견하게 될 거다. 결과가 생각과 다르더라도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더라도 경험은 나에게 남아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