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진 새
뒤처진 새
라이너 쿤체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 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시집 「나와 마주하는 시간」 에는 온전히 자신과 마주한 그 성찰의 시간에 시인의 마음에 남은 세상의 모습이 담겨 있다. 더위와 가뭄이 유난했던 지난여름, 시인은 타들어가는 풀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어디에서든 역사의 상처들을 본다.
이 시('뒤처진 새')는 독일 피셔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에는 들어 있지 않다. 한국어 번역본을 위해 시인이 추가해 준 시이다. 시인은 그런 ‘뒤처진 새’를 눈여겨보는 사람이다. 그 자신이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많은 핍박을 견뎠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