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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식개선칼럼] 방송언어의 혁신

[장애인인식개선칼럼]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방송언어의 혁신

방송언어의 혁신방송언어의 혁신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방송언어의 혁신: 글로벌 시각에서 본 현황과 과제 


■ 방송언어가 장애인 인식에 미치는 영향

[장애인인식개선칼럼] 최봉혁 칼럼니스트 ( 한국구매조달학회 이사)

2023년 초, 한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지적 장애인을 비하하는 언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방송 후 해당 장면은 SNS에서 확산되며 시청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고, 제작사는 사과문을 게시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다. 이 사건은 방송언어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다시 한 번 각성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5%가 장애를 경험하며, 이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직면한다. 특히 미디어는 대중의 인식을 형성하는 핵심 매체로, 장애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재구성하거나 오히려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 2023년 글로벌장애인연구소(GDI) 보고서는 "미디어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며, 이 중 70%가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으로 묘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송언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권 차원에서도 시급한 과제다. 

■ 방송에서의 장애인 표현 현황: 데이터로 본 문제점 

▲ 장애인 미표현의 심각성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지상파 3사 드라마에서 장애인 캐릭터 비중은 1.5%에 그쳤다. 이는 실제 장애 인구(약 5% 대비)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특히 장애인 캐릭터의 80% 이상이 '피해자'나 '의존적 존재'로 묘사되며, 주류 사회에서 배제된 모습으로 그려졌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Ofcom)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확인된다. 영국 방송 프로그램의 장애인 등장 비율은 5.2%로, 이 중 60%가 비장애인 배우에 의해 연기되었으며, 장애인의 성적 정체성이나 직업적 성취 등 다층적 면모는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 언어적 차별과 무의식적 편견

"장애를 가진 사람"(person with a disability) 대신 "장애인"(disabled pers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전자가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인간 중심 언어'(People-First Language)인 반면, 후자는 장애를 개인보다 앞세워 차별적 뉘앙스를 강화한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장애인협회(ADA)는 2020년 가이드라인에서 "언어 선택이 사회적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2022년 한 다큐멘터리에서 시각장애인을 '앞을 보지 못하는 불쌍한 이들'로 지칭하며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방송 제작진의 무의식적 편견이 언어적 오류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 문제적 방송언어의 세 가지 유형: 사례와 학계의 비판 

▲ 비하적 언어와 감정 과잉 연출

"불구", "병신" 등의 직접적 비하 언어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간접적 표현이 문제다.

2023년 A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MC가 휠체어 사용자를 두고 "의지가 강한 분"이라며 과장된 감동 스토리를 강요한 사례가 있다. 이는 장애인의 일상을 '극복' 대상으로만 격상시켜 개인의 다차원적 정체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디어 학자 베스 할러(Beth Haller, 미국 토우슨 대학교)는 2022년 논문에서 "장애인을 '영웅'이나 '불쌍한 존재'로 이분법화하는 것은 그들을 사회의 주변인으로 고정시키는 위험한 담론"이라고 경고했다.


▲ 스테레오타입의 재생산

장애인 캐릭터는 주로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비장애인의 성장을 위한 조력자 역할로 등장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에서, 여전히 '천재적 재능'을 강조하며 편향된 시각을 보였다. 영국 리즈 대학교의 폴 헌트(Paul Hunt) 교수는 "장애인의 일상성과 역량을 보여주는 평범한 서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기술적 접근의 부재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설명(AD)이나 자막 서비스는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프로그램의 30%만이 수어 통역을 제공했으며, 영상 내 자막 배치는 가시성 문제로 장애인 시청자의 60%가 불편함을 호소했다. 

■ 해외 사례: 선진국의 정책과 실천 

▲ 영국 BBC의 포용적 언어 가이드라인

BBC는 2021년 '포용적 언어 지침서'를 개정하며 "장애를 개인의 일부로만 규정하지 말고 사회적 장벽을 강조하라"고 권고했다. 예를 들어, "휠체어에 갇힌 사람" 대신 "휠체어 사용자"로 표현해 장애를 중립적 상태로 기술하도록 했다. 또한 장애인 패널리스트를 고정 출연시켜 방송 내 대표성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 미국 ADA와 미디어 규제

미국은 1990년 장애인법(ADA) 제정 후, 방송사의 접근성 의무를 법제화했다. 2022년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모든 주요 방송사에 음성 설명 및 자막 제공을 의무화했으며,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슈어(Michael Schur) 교수는 "법적 장치가 미디어의 인식 변화를 촉진한다"고 평가했다.


▲ 일본 NHK의 교육 프로그램

NHK는 2020년 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우리 모두 다름>을 제작해 호응을 얻었다. 시청자 설문에서 75%가 "장애에 대한 이해가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며, 이 프로그램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학교 교재로도 채택되었다.


■ 개선 방안: 제도적·문화적 접근의 병행 

▲ 장애인 참여형 제작 시스템 구축

방송 제작 과정에 장애인 컨설턴트를 필수적으로 참여시키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호주 SBS는 2022년 모든 다큐멘터리에 장애인 자문단을 구성해 내용을 검수하며, 이 과정에서 40%의 시청률 상승을 기록했다.

▲ 방송언어 교육 의무화

미국 UCLA 미디어스쿨은 제작자 대상 포용적 언어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2023년 참가자의 89%가 "언어 선택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보고했다. 한국에서도 방송진흥재단이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 기술적 접근성 강화

AI 기반 실시간 자막 생성 기술을 도입해 청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유튜브의 자동 자막 정확도가 2023년 기준 95%에 도달한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 방송이 인권을 선도하는 미디어로 거듭나기 위해

방송언어의 변화는 단순한 표현 수정을 넘어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영국의 사회학자 톰 쉐익스피어(Tom Shakespeare)가 말했듯, "장애는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장벽의 결과"다. 방송이 포용적 언어와 다양성 있는 서사를 통해 이 장벽을 해체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정책 입안자, 제작자, 시청자가 함께 노력할 때, 미디어는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통계 출처  

    WHO (2023), Global Disability Statistics.  


    GDI (2023), Media Representation Report.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2022), 방송 콘텐츠 다양성 조사.  


    Ofcom (2021), UK Broadcasting Diversity Report.  


    미국 장애인협회 (2020), 언어 가이드라인.  


    BBC (2021), 포용적 언어 지침서.  


    FCC (2022), 방송 접근성 규정.  


    NHK (2020), 교육 프로그램 효과 분석.  

이 칼럼은 최신 데이터와 학계의 논의를 종합해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방송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 존중의 균형을 찾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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