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랑한 초임 교사

명교사는 태어나기도 하는가 보다

by 인해 한광일

코로나19로 ‘난리’가 시작되기 바로 전. 교감이 되어 아이들 점심 급식에 섞여 들었다. 왠지 그런 게 재미있다. 가끔 이렇게 뒤늦게 쌀에 뉘 끼듯 끼어드는 나를, 아이들도 바빠서 그러겠거니 받아주곤 했다. 아이들에게 말 거는 것은 더 재미있다.


“학교가 재미있니?”

“네.”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

“공부하는 거요.”

“ 너, 공부 잘하는구나?”

“아니요, 공부는 잘 못하지만 공부가 재미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오고 싶니?”

“네. 작년까진 안 그랬는데, 6학년 되고부턴 그래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시니?”

“선생님도 잘 가르쳐주시고, 우리가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요.”

“학교에 오면 뭐가 제일 좋니?”

“선생님이랑 공부하는 거요.”


그 반에서 공개수업이 있었다. 칠판 앞에 서서 아이들을 향해 열강을 펼치는 모습에 익숙한 선배 교사들 중 몇몇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수업이라며 고개를 젓다가 발길을 돌리곤 했다. 처음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뭘 공부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럼 자기가 정한 공부를 자기 방식으로 해보자 해놓곤, 아이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만 보여준 수업이었다. 아이들의 활동에 주목하지 않고, 선생님의 행동에만 주목하면 맥 빠지는 수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선배 교사들은 정말 아이들이 배우는 게 있는 걸까, 교사는 가르치는 게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든다는 거였다. 물론 요즘 수업은 교사가 가르치기보다는 함께 수업 계획을 세운 뒤, 아이들이 스스로 해봄으로써 배우게 하는 거라고, 옛날의 가르치고 배우는 식의 수업이 아니라, 어떻게 배울 것인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정하고, 자기가 정한 대로 해보면서,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통해 스스로 배우게 하는 수업이라고 알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란다.


그 선생님은 이 아이들과 불과 두 달여 정도 생활하곤, 곧 1년 반 동안의 육아휴직을 신청한 상태다. 아이들이 먼저 식판을 들고 일어서는 바람에 선생님과 나만 남게 되었다.


“녀석, 공부를 꽤 잘하나 봐요?”

“아뇨. 꼭 그렇진 않은데, 공부를 재미있어하네요.”

“원래 공부 태도는 좋았나 보죠?”

“처음엔 꼭 그렇지도 않았는데, 많이 좋아지더라고요.”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척 좋아하나 봐요.”

“제가 우리 반 아이들을 더 좋아해요.”

“아이들이 복 받았네요.”

“아뇨, 제가 복 받았어요.”

나보다 일찍 식사를 마친 선생님이 빈 식판을 들고, 조금 표가 나는 몸을, 조금 힘들게 일으키며, 고개를 숙이곤 멀어지셨다.


교장 선생님과 마주 앉아 그 반에 모실 기간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이야기가 그 선생님께로 돌아갔다.

“…, 그러면 되었지요. 초임이시지만 훌륭하신 분이었네요?”

“그렇죠? 공부가 재미있고, 선생님이 좋아서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게 만들었다면, 최고의 선생님이신 게 맞죠?”

“요즘 선생님들 다들 똑똑하시고 훌륭하신 게 맞나 보네.”

“그런가 봅니다. 이쯤이면 우리나라의 장래도 뭐 그리 나쁠 것 같진 않습니다.”


조금 멀리까지 짚으며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교무실에서 수군거리던 그 선생님에 대해 걱정 많던 동학년 선생님들의 말들은 지워버려도 될 것 같았다.

‘올 3월에 발령 나서 두 달 밖에 안 되었는데, 육아 휴직하게 되어서..., 선생님도 마음이 많이 불편하겠네. 아이들하고 학부모들께도 미안할 테고?’

‘선생님같이 좋은 담임을 만난 애들의 상실감은 또 어떡하고?’

'신규지만 나이는 좀 있으니까...'

위로인지 뭔지 모를 말들이 선생님을 둥글게 감쌌다.

‘교감 선생님, 또 기간제 구하셔야겠네.’

동학년 선생님들은 교무실을 나서며, 나 듣고 위안되라는 건지 뭔지 모를 말도 간간이 섞어 흘리곤 했다.

의외로 학부모님들도 담담하셨다.

“우리 선생님 같은 분을 담임 선생님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출산,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녹색어머니이신 그 반의 학부모님이 깃발을 든 채, 복도에서 만난 내게 고개를 숙이셨다. 내가 치사를 들을 일이 아니었으므로 손사래를 쳤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 선생님을 만난 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복이었으며, 새로 오실 기간제 선생님과도 말씀 많이 나누어 학급 인수인계 잘 되도록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담임 복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겠다며 얼른 인사를 되돌려 드렸다.


“두 달 만에 반 아이들이 모두 팬이 되었다면, 두 달만으로도 그 선생님, 큰 교육 하신 거 아닙니까? 그런 훌륭한 분이 2세를 낳는다잖아요. 그런 분의 2세라면 얼른 세상을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허허, 농담입니다. 동학년 선생님들께 좋은 마음으로 보내드리자고 말씀드리십시다.”


교장 선생님께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노라 약속을 드리곤 교장실을 물러나왔다.





단풍나무 야간 한의원


가을비 그치고

싸르르

찬 바람 부는 저녁


달님이

단풍나무 야간 한의원을

찾아왔습니다.


감기인가 봅시다.

단풍나무 빨간 손으로

달님 이마를 짚어 봅니다.

괜찮아요, 괜찮아

단풍나무가 손을 젓자

휴-

단풍나무 야간 한의원까지

따라온 별님들


다행이다, 다행이야

긴 한숨에


별똥별 한 개도

기일 게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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