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픈손가락 Sep 18. 2022

꾸준한 책 읽기가 안된다는 유형 2가지

더 늦기 전에 다시 나는 책

조건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책 읽기가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다. 잘해보고 싶은데 안 된단다. 나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그 안타까움과 괴로움을 잘 안다. 먼저 바로잡아줘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완벽주의자와 성과 주의자가 반드시 부지런하고 성실할 거란 선입견이다. 과거 나는 지독한 성과 주의자에 완벽 주의자였지만 무척 게을렀다.


이런 사람들에겐 일종의 ‘강박증’ 같은 것이 있다. 과거 누군가로부터 주입된 독서에 관한 엉뚱한 신념이나 규칙 같은 것들이다. 그걸 지키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무척 답답해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거나 책을 읽으면 기록 혹은 메모를 남겨야 나중에 쓸모가 있다는 식이다. 책에는 낙서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포함해서.


문제는 좀처럼 나가지 못하는 진도다. 그들은 출처를 모르는 신념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책 읽기에 있어서 규칙이 많으면 많을수록, 권 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독자는 쉽게 지친다. 일반인도 그럴진대 완벽주의자나 성과 주의자들은 불안하고 갑갑해서 못 산다.


나 같은 완벽주의자들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느낀 바를 기록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 성과 주의자들은 "투자 대비 확실한 뭔가"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여긴다. 책을 읽을 때마다 거기서 뭔가를 뽑아내려 한다면, 그게 과연 제대로 된 독서법일까. 매번 책에서 인생이 바뀔 만한 교훈을 얻거나 진리를 깨달을 순 없다. 자신을 돌아보거나 엄청난 영감을 얻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험해 본 바로 책을 끝까지 읽었어도 마땅히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조차 없을 때도 많다.


원인을 알았다면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쓸모 있는 책만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된다. 기존의 모든 걸 바꾸란 말이 아니다. 너무 경직된 틀부터 부수는 거다. 죄다 뜯어고칠 필요는 없다. 틀이나 형태는 그대로 두고, 적당한 선에서 유연해지도록 부드럽게 바꾼다.


완벽주의자 성향은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몇 권을 사서 반복적으로 읽는 걸 추천한다. 포인트는 처음과 끝이라는 개념이 없는 책이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은, 그러니까 소설이라면 장편보다 단편 소설 모음집 같은 게 맞다. 한꺼번에 바꾸기 어렵다면, 버겁더라도 현재 책 읽는 스타일 사이에 조금씩 끼워 넣어가면서 읽는다.


성과 주의자의 해결책은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다. 책 읽는 목표를 바꾼다. 단기 위주로 목표를 세우고 읽었다면, 장기 위주로 바꾸고, 목표를 더 크게 세운다. '1년 안에 300권 책 읽기' 같은 목표에서 '지금보다 행복해지기'라던가 '좋아하는 작가 몰아 읽기'처럼 말이다. 포인트는 목표의 구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비워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한때 국내 출판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책이 있다. 읽어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제목을 보면 모두 다 아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 시절의 화두는 멈추거나 대체로 비우는 것이었다. 바삐 달리다가 멈춰 서 주변을 둘러보거나 너무 많이 구겨 넣어 돌아버릴 지경에 가까운 머릿속을 조금 비워봐야 뭔가 보이는 게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강박으로 몰아넣는 짓을 멈추는 것이다. 옴짝달싹 못하게 빼곡히 들어 차 아예 여유가 없는 상태를 비워 버리고 스스로 말랑말랑 해지는 일이다. 섣불리 강박을 없애겠다고 틀까지 무너트려서는 안 된다. 틀이 사라지면, 우린 곧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게 될 테니까. 절대로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내 독서법 노하우의 핵심은 적당히 내려놓고 적당히 비워서 말랑말랑해지는 데 있다.


일정 기간 책을 몇 권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질 필요도 없다. 역사책은 재미없다 거나 고수가 추천하는 책만 가치가 있고, 고전만이 ‘제대로 된 읽을거리’란 편견도 모두 잊자. 편식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얻지 못하게 만드는 것처럼 책에 대한 편견은 결과적으로 우리를 조금씩 좀 먹어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그냥 지식, 정보 몇 가지 얻어 쓸 생각이라면 뭐 나쁘지 않다. 하지만 책으로 인생까지 바꿔보겠다는 일념이라면 책 편식은 하지 마라.


남의눈을 의식한 독서는 지양해야 한다. 현재 처해진 상황은 생각하지도 않고, 목표만 높이 세워 읽는 독서가가 많아서 하는 당부다. 특히 요즘은 SNS에 올리는 ‘있어빌리티’ 콘텐츠로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엉뚱한 데 목적이 있으니 정작 올리는 당사자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목적이 엉뚱한 데 있으니 책으로 생각 만들기나 행복 얻기는 모두 뒷전이다. 이들은 남들이 봤을 때 있어 보일만한 책이나 유행하는 책, SNS에서 반응이 많은 책들만 쫓아다닌다.


자기 계발서 저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충고는 가능한 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면서 살라는 거다. 그들은 오랜 경험상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그냥 있어 보이기 위해서 뭔가에 쫓겨 읽는 책이 우릴 얼마나 행복하게 할까 생각해 볼 일이다.


독서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다. 왜, 책 읽기가 어렵냐고? 처음부터 그리 마음에 와닿지 않는 독서 목표를 정해서 힘든 거다. 독서의 본질을 캐묻고 캐묻다 보면, 우린 대부분 이미 말한 해답에 닿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느 정도 독서력의 기초가 다져졌다면 원대한 목표로 교체하라는 당부다. 난 이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늘 하는 얘기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걸 깨달았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당신의 마음에 물어봐라. 얼마나 간절히 삶을 바꾸고 싶어 하는지 물어봐라. 그리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라. 그럼 간절히 원하던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전 08화 점프업 하고 싶다면 다음 세 가지를 바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