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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픈손가락 Sep 10. 2022

책 읽는 방법도 책에 따라 가려서

더 늦기 전에 다시 나는 책

꼭 해보고 싶던 독서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는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책을 자유롭게 골라 읽었다. 어떤 날은 감성 에세이나 시집을 읽고, 어떤 날은 소설, 시간관리가 필요하면 자기계발서를 탐독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남독(濫讀)을 한 셈이다. 책 읽는 사람들은 다 그리하고 있겠지만, 에세이나 소설, 실용서, 철학서는 그 읽는 방법이 다 다르다. 가볍게 읽으면서 전체를 봐야 하는 것도 있고, 한 줄 한 줄을 꼭꼭 씹어 삼키듯 읽어야 하는 것도 있다. 다시 말해 책도, 책에 따라, 책 읽는 방법을 가려서 해야 한다.


책 읽는 방법, 그러니까 독서법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속도에 따라 구분을 해보면, 뜻을 새기며 자세하게 읽는 정독(精讀)이 있고, 정독과 유사한 숙독(熟讀)이나 열독(熱讀)이 있으며, 정독과 반대되는 개념인 속독(速讀)도 있다. 속독은 가벼운 글이나 정확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책을 빨리 읽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든 책을 속독으로 읽으려 해서는 안된다.


범위에 따라 나누면 통독(通讀), 즉 책을 중간에 건너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읽는 방법과 발췌독(拔萃讀), 즉 책이나 콘텐츠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 읽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 통독은 정독과는 구분해 줘야 하는데, 글을 꼼꼼하게 그 의미를 새기면서 읽으면 '정독'이라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더라도 훑듯이 읽는다면, 그건 통독이다.


발성, 그러니까 소리 여부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다. 묵독(默讀)과 음독(音讀)이 그것이다. 전자는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 속으로 읽는 것을 말하며, 후자는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을 가리킨다. 낭독(朗讀)은 음독처럼 소리 내 읽는다는 것은 같지만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다 들을 수 있게 읽어준다는 점이 다르다.


이외에도 순서나 체계, 내용에 관계없이 아무 책이나 마구 읽는 것은 남독(濫讀), 한 분야의 책 만을 고집해 읽는 편독(偏讀)도 있다. 다 그 쓰임이 다르니 뭐가 옳고 그르다 말 할 순 없다. 하지만 체계적인 지식을 쌓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려면, 준비되지 않은 남독은 금물이다.


이 방법들이 조금 더 익숙해지면 태도를 달리 해가며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수용적 태도로 읽기는 책에서 주는 교훈과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쓴다. 반대로 비판적 태도로 읽기는 책 내용 상의 오류를 검증하거나 저자의 생각에 조목조목 비판해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다. 물론 혼용해 쓸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다독(多讀)과 소독(少讀), 윤독(輪讀), 강독(講讀) 등으로도 구분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읽는 것이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즉독(卽讀)의 생활화, 내 독서법의 핵심이다.


■ 책에 따라 책 읽는 방법을 가리는 주관적 방법


당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나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굉장한 의지박약한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알기에 첫 책은 가볍고 너무 두껍지 않은 것을 골랐고, 일단 완독을 목표로 했다. 책을 읽고 무엇을 하겠다는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그땐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 같은 것이 필요했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 첫 책을 완독한 후 느꼈던 가슴 벅찬 기분을. 이후 두 번째 책을 또 한 번 읽고 싶어 졌고, 난 그렇게 했다.


나는 50권까지 완독 후 좋은 습관이 들었던 것 같다. 비록 한 권을 완독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후부터 읽기가 아주 수월해졌고, 더 읽고 싶다는 간절함까지 생겼다. 처음엔 주로 마케팅, 자기계발, 경제 경영 분야의 책을 주로 읽었는데, 소정의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관련 주제를 확장했다. 음식이나 책이나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좋지 않다. 섣불리 나와 맞는 것, 어울리는 것을 단정 져선 안 된다. 다만 관련 주제를 확장해 읽을 땐 독서법에도 변화를 조금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시집은 주로 정독을 한다. 에세이 역시 주로 정독을 하지만 때에 따라 속독을 하기도 한다. 소설은 대부분 속독을 하는 편이다. 다소 다루는 주제가 무겁게 느껴지는 인문학이나 철학, 성공 철학은 쉽건 어렵건 정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속독으로 읽다가 뭔가 새겨 읽을 것이 있거나 제대로 읽어야 할 때는 정독이나 숙독으로 방법을 바꾼다. 가끔 윤독(輪讀)을 해주기도 하고, 실용서는 발췌독을 기준으로 하며, 좋은 책들은 보통 통독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내 주관적인 기준이다. 보통 책은 묵독으로 읽지만 읽다가 뭔가 턱 막히는 부분이나 소설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기점, 복선 부분은 소리 내서 읽은 후 윤독이나 정독을 한다.


눈치 빠른 분은 아셨겠지만 책을 읽는 정해진 방법이란 없다. 그때 그때 필요에 의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방법은 책에 따라서도 다르고, 사람,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다. 소리 내 읽고 싶을 땐 소리 내어 읽고, 조용히 속으로 읽어야 할 땐 속으로 읽는다. 속독으로 빠르게 읽다가 돌아가 뭔가 되짚고 싶을 땐 몇 번이고 필요한 만큼 윤독을 한다. 통독을 하겠다고 시작했다가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발췌독으로 바꾸고 필요한 부분을 기록 정리하면 된다.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책 읽는 방법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은 결과로 얻어 내고 싶은 확실한 목적성이다. 솔직히 독서법이 무슨 대수인가. 자유롭게 읽자. 책의 종류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몰입하고 집중해 읽는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믿으면 된다. 너무 형태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한 습관을 완성했다면, 자유롭게 놓아주면서 읽자. 그게 내 주관적인 독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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