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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일천 권의 책 나는 이렇게 읽었다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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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픈손가락 Sep 23. 2022

내 인생을 지켜준 5가지 실천 독서 지침

더 늦기 전에 다시 나는 책

과녁을 정확히 노려만 본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0점이든, 1점이든, 뭔가를 얻으려면, 노려보던 과녁 향해 활을 걸고, 힘차게 활시위를 당겨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든 우린 결론을 낼 수 있다. 10점을 내 기뻐하며 포효하든, 두 번째 활을 시위에 걸어 마음 가다듬고 10점을 다시 노리든, 준비한 다음 행동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다. 책도 얼마나 많이 읽어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허구한 날 생각만 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변하는 건 쥐뿔 아무것도 없다. 평소 머리는 바삐 돌아가는데 몸이 한가하다 느낀다면, 당신의 삶,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삶이 방향성을 잃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 면에서 책은 내 인생에 있어 참 고마운 존재다. 지구의 평화는 슈퍼맨이 지켰고, 내 인생은 이 책이 지켰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책을 읽고 느낀 감동과 동기부여가 행동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건 죽은 독서다. 삶을 안이하게 보도록 만드는 인생의 독인 것이다. 책을 독이 아닌 인생의 밑거름으로, 살아있는 독서로 만들기 위해 나는 다음 5가지 지침을 세웠고, 그대로 따랐다. 그리고 끝내 많은 것을 이뤄냈다.

내 인생을 지켜준 5가지 실천 독서 지침

1. 힘들면 쪼개고, 쉬워지면 합쳐라.

독서 좀 해보자고 마음먹은 다음 제일 처음 하는 일은 어떤 책을 읽을까 하는 고심이다. 처음부터 읽을 독서 목록을 열심히 작성하는 이도 있다. 계획을 세운다는 의미에서는 뭐 나무랄 게 없지만 독서를 처음부터 그렇게 대하면 못 쓴다.

또 독서를 공부하듯 하는 사람들도 있다. 독서도 일종의 공부라고 보고, 시험공부하듯 대드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독서를 그렇게 했다 간 질려서 평생 동안 꾸준히 이어나갈 수 없게 된다. 깨닫게 된 후 이제 남은 인생, 평생의 동반자 되어야 할 독서가 한때의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게 된다면 정말 애석하고 통탄할 일이다.

조금 억지스럽긴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하기 위해 공부를 크게 시험공부와 평생 공부로 한 번 나눠보자. 시험공부란 애초 단기적이고 아주 분명한 목표가 정해져 있게 마련이다. 붙어서 나중에 시험공부한 것을 어떻게 써먹을진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시험에 붙고 현장에 배치되면 다시 업무를 배워야 하니까 일단 붙고 보자는 식으로 공부에 요령이 득세하고, 노하우가 난무하게 된다. 진짜 배움이 아니라 시험 기술을 가르친다. 진짜 책을 읽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속독법 같은 기술을 가르치는 거다.

하지만 평생 공부는 다르다. 일단 목표 기한부터 아주 극단적으로 장기적이다. 이 공부는 평생, 그러니까 생의 마지막 날까지 해야 한다. 이건 어느 기점을 통과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배움보다 실천을 중시한다. 아는 것이 백 가지여도, 실제 행동으로 옮긴 한 가지를 더 가치 있게 본다. 평생 공부에서 요령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평생 공부에선 요령을 피우면 잠시 잠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그 요령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조금 극단적인 표현을 썼지만 아무튼 난 독서란 모름지기 시험 공부가 아닌 평생 공부여야 한다고 믿는다. 독서는 욕심을 부려 단기간에 승부를 보는 시험공부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선생이라도 독서 습관까지 만들어 주지 못한다. 이건 오직 자기 스스로 해내야 할 몫이다.

모름지기 평생 공부라면 급할 것도, 요령을 부릴 것도 없다. 책을 읽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가면 된다. 힘들면 미련없이 쪼개라. 읽는 시간도 쪼개고, 분량도 쪼개라. 딱 한 줄을 읽는 것도 힘들다면, 정말 진지하게 딱 한 단어라도 읽어라. 대신 절대 책 읽기를 포기해선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독서를 이어나가다 보면, 한 단어, 한 줄, 한 페이지, 한 꼭지가 쉬워지는 날이 반드시 온다. 그땐 합쳐라. 한 단어가 쉬어졌다면 한 줄로 합쳐서 읽어라. 한 줄이 쉬워졌다면 한 페이지, 한 꼭지로 합쳐서 꾸준하게 읽어 나가라. 퀀텀 속독법이니 스캔 속독법이니 죄다 다 잊어라. 절대 독서를 시험 공부하듯 하면 안 된다. 당신이 무심코 흘려 넘긴 한 페이지 안에 당신 인생 변화시킬 평생의 한 문장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2. 읽고 나서 쓸 수 없다면 절대 아는 것이 아니다.

책 읽기의 완성은 쓰기다. 책을 읽고 내용이 잘 소화됐다면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쓸 수 있다. 그러니까 읽고 나서 도무지 쓸 수 없다면, 당신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읽었어도 저자의 생각에까지 닿지 않은 것이다. 읽기는 잘 되는데 쓰기에서 막힌다는 사람은 잘 된다는 읽기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읽고 나서 뭐라도 쓰려는데 머리가 하얘져 아무 생각도 안 난다면 문제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런저런 단어나 문장이 머리를 휘젓고 다니는 게 오히려 낫다. 전자는 책을 읽으며 얻으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노력은 했으나 그 방법을 제대로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후자를 교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많이 그리고 계속 써보는 것이다. 작가의 생각을 솎아 낸 다음 내 생각으로 재 정리한다. 처음엔 어렵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고 나서 꼭 떠오르는 상념을 적어 두길 권한다. 남들 다 한다고 독서노트라는 정형적인 틀을 끄집어 내는 것도 반대다. 마땅한 게 없으면 다 읽은 책 빈 공간이라도 좋으니 써라. 꼭 책 내용이 아니어도 된다. 읽고 나서 슬프다거나 아프다거나 하는 개인감정의 소회도 좋다. 나중에 적어둔 짤막한 문장, 단어를 다시 읽어 보면 내가 뭘 말하려는 지 안다. 다시 읽는 순간 그건 하나의 키가 되어 숨겨진 빗장 문을 확 열어젖히는 기적이 될테니까.

3. 배운 것은 반드시 실천하라.

배움을 실천하지 않는 것은 내가 다 먹지도 못할 곡식을 곳간에 가득 쌓아두고 더 쌓으려는 욕심만 내는 꼴이다. 이들은 곳간이 미어 터지고, 남아돌아도 나눌 생각조차 안 한다. 단 하나의 깨달음을 얻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고, 평생을 그 하나의 소신으로 사는 평범한 민초(民草)보다도 못하다. 많이 안다고 해서 저절로 선인들이 말하는 군자(君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린 모두 본의 아니게 인생이란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자의로 시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졸업은 아니다. 자의로 졸업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보통 기를 쓰고 졸업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나, 인생은 참으로 얄궂고 요지경이어서 기를 쓰고 졸업하지 않으려는 학생을 인생 학교에서 강제로 졸업 시키는 경우도 있다.

누군 5학년인 지금도 다니고 있지만, 누군 2학년, 3학년인데도 벌써 인생 학교를 졸업한다. 한날한시에 입학해 학교생활을 시작했던 친구라도, 졸업하는 날은 전부 제각각인 것이 인생이란 학교의 규칙이다.

나 혼자 다 먹지도 못할 곡식 곳간에 쌓아 두면 썩는다. 나 먹을 만큼만 남기고, 나눠주는 것도 방법이고, 나중에 받는다는 약속을 믿고, 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또 졸업이 언제 갑작스럽게 눈앞에 떡하니 다가올지도 모르니 하나를 배웠으면 더 늦기 전에 하나를 실천하면서 살아라. 그게 삶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 길이다.

나중에 뒀다 써먹기 위해 100가지 배움을 열심히 채웠더라도 시간이 늦으면 정작 단 한 가지도 써먹지 못하고 졸업하는 날이 닥칠 수 있다. 이건 절대 과장된 말이 아니다. 자신의 진짜 병명도 모른 채 지내다가 암이란 진단을 받고 딱 보름 만에 유명을 달리하기도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에 묻어두지 마라. 망설이지 말고, 전화기 다이얼을 돌려 "가슴 깊이 사랑한다"고 말하라. "미안하다"고, "후회한다"고 말하라. 당신의 졸업이 저 길모퉁이를 돌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마음이 내켰다면 망설이지 말고 실행으로 옮겨라. 배움 이던 사랑을 전하는 말이던 간에.

4. 결국은 책 읽기도 습관이다.

인생을 살면서 하는 행동은 조금 극단적으로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한 성공이란 얼마나 나쁜 습관을 많이 버리고, 좋은 습관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습관은 곧 행동이다. 왜 매번 나쁜 습관을 없애려는데 잘 안되는지 아는가. 버리고 없애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끊김 없는 연속선상 위에 놓여 있고, 그 연속선 상은 빼곡한 행동으로 채워져 있다. 그것도 크게 나눠 잠자거나 깨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나쁜 습관을 없애면 공백이 생기고, 그 공백에 잠을 끼워 넣든 다른 행동으로 대신 채워 넣든 해야 문제 없이 우리의 일상은 굴러간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그 공백을 그냥 비워두니 우리 몸은 다시 이전의 나쁜 습관을 강력하게 불러 들인다. 그리고 이전보다 나쁜 습관에 더 애착을 갖게 된다.

그래서 여러 번 말을 하지만 나쁜 습관을 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대체하는 것이다. 나쁜 습관을 그에 상응하는 좋은 습관으로 대체해서 빈 공백이 생기지 않게 만들고, 금단 현상이 생기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 준다. 없애고 싶은 나쁜 습관이 있다면, 반드시 대체할 좋은 습관 먼저 생각해 둬라.

난 이런 관점에서 나쁜 습관을 대체할 좋은 습관으로 독서를 택했다. 사실 이게 아주 만능이다.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나 같은 경우 없애고 싶은 나쁜 습관 대신 죄다 독서를 끼워 넣는 방법을 썼다. 그러다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나서는 독서 외에 글쓰기 습관도 가끔 끼워 넣는다.

5. 나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읽는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 내 머리에 생각이란 것이 생기고부터 나란 존재에 대해 궁금해졌다. 내가 누구인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살고 싶어 하는 내 삶은 어떤 모습인지, 어떤 것에 온 마음을 바쳤고, 또 어떤 것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아파했는지, 앞으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지 등 나는 나의 과거와 나의 미래가 알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혼자 힘으로는 벅차니 나는 책을 읽는다. 결국 나는 '나'를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누구를 위해 하는 독서가 아니다. 약간 미친 것처럼 책을 읽고, 애써서 글을 쓰는 건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일이다. 늘 나는 나를 생각하고, 내가 살아가는 삶을, 내가 걸어온 지난날을 성찰하며 책을 읽는다.

뭔가 거창한 것으로 포장하려 허세도 부리지 마라. 이러쿵저러쿵해도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해 미친 듯이 읽는 것이다. 애써 뭐 더 큰 원대한 사명이 있는 양 바람 불어 넣어봐야 나중엔 풍선처럼 펑 터지고 만다. 책에서만큼은, 글쓰기에서만큼은 늘 겸손해져라. 정직하게 읽어라. 그리고 읽어서 배운 대로 행하라. 그럼 장담한다. 인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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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 권의 책 나는 이렇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