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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그림 Mar 13. 2023

엄마의 그림일기 1

형아 난 목욕이 젤 싫다고~~~~

Burn

아기 때 주둥이가 까맣게 불에 탄 것처럼 생겨서 지어준 우리 집 커다란 삽사리의 이름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이 녀석은 힘도 세고, 목소리 울림통도 다른 종자들과는 다르게 크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건 녀석의 마음통이다.

깊고 우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 같은 삽사리 burn.

사방이 귤밭인 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burn 이를 풀어놓고 키웠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대장놀이를 하고 신나게 놀다가도 3일이면 여지없이 집으로 들어오는 똑똑한 개다.

어느 날 사건 하나가 생겼다.

마당 현관 앞에 죽은 닭이 떡하니 놓여 있는 것이다.

이웃집 닭장을 동네 똘만이 개들이 뜯어놓고 우리 대장 burn이가 겁 없이 날뛰는 닭들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어 아작을 내놓은 것이다. 자그마치 열일곱 마리스

그리고는 자랑스럽게 전리품을 쥔에게 선사한 것이었다.

대ㆍ형ㆍ사ㆍ고

결국 우리는 50만 원을 닭 주인에게 물어주고,  burn 이는 그 후로 묶이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burn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목욕하는 것이다ㆍ

10살이 되어도 힘이 장사 같은 burn 이를 목욕시키려고 작은 아들이 동원되었다.

비누칠을 하고 물칠을 해놓으면 쫘악 털을 좌우로 흔들어 나와 아들의 얼굴부터 온몸을 적셔놓고, 끝없이 몸을 피하고, 줄에 몸을 감아 엉키게 해 놓는 등.. 애를 먹인다.

간신히 목욕을 끝내고 아들과 burn 이는 서로를 지친 듯이 지그시 눌러본다.

"형아 난 목욕이 젤 싫다고~~~"

"그렇구나ᆢ나도 목욕시키기 싫다~~~"

연중행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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