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를 냈습니다
오늘 아침 쿨한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어젯밤 주차를 할 때 뒷 문이 열려 있는 것도 모르고 후진하다가 다른 분의 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열 두시가 다 된 시간이라 순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폐가 될까봐 연락을 드리지도 못하고 내일 아침 일찍 전화할 마음으로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 시간부터 저의 뇌는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말똥말똥한 정신이 잠기운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피해차주가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저는 연락도 하지 못한 채 뺑소니 신분이 되어 입건까지 되는 생각을 시작으로 밤 시간에도 제 뇌는 마치 수능생이 머리를 쓰는 것보다도 더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새벽녘에 저도 모르게 잠님이 내렸는지 다소 늦은 시간에 일어나 사고 현장(?)을 나가봤습니다.
다행히 피해차주는 아직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대여섯 줄의 사과 문자를 써서 보내면서도 몇 번 읽어보면서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면 어쩌지? 하는 의구심 속에 용감하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드디어 피해차주 분의 문자가 왔습니다.
“나가서 상태를 보고 전화하겠습니다”고 말이죠.
변명인 듯 하지만 저는 한 밤중이라 거의 속도가 나지 않은 채 후진했고, 문이 열린 상태에서 상대방 차 앞범퍼에 부딪혔기 때문에 날카롭거나 자국이 남을 상황이 아니라 면대면 그대로의 접촉이어서 피해차량의 충돌흔적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피해차주 분이 확인하셨을 시간을 기다려 죄송한 말씀과 함께 전화를 드렸더니 그 분 말씀이 가관입니다.
참고로 그 분의 차종은 15년 정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깨끗하게 차 상태를 유지하여 별 흠집이 없이 타시던 분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하시더라구요.
순간 저는 어젯밤 잠을 못 이루며 걱정을 한 것이 후회될 정도로 가벼운 마음과 함께 내가 살아온 동안 나의 운전 경력을 생각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공덕이었을까요.
저의 차에 대한 관념 중 하나는 이렇습니다.
범퍼란 차량 충돌시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일 뿐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범퍼의 작은 사고 흔적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 한 번의 접촉을 핑계삼아 범퍼를 교체하여 이전 충돌의 흔적마저 없애려 합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 차가 작은 추돌을 당했을 경우에는 가해 차량 운전자의 사과만 받고 그냥 보내 준 경우가 상당히 있었습니다.
제가 많은 선행을 하거나 공덕을 쌓은 것도 아닙니다만, 오늘의 이 접촉사고 건은 과거 내가 한 일에 대한 공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공덕 얘기를 한 김에 다음 글을 더 올리렵니다.
불교의 보왕삼매론에서는 말합니다.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성경에서도 무조건적인 공덕에 대해 말합니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는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공덕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이 얘기했습니다.
베푼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그냥 베풀기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베풂으로 인해 다툼이 생기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받은 사람은 “고작 그걸로 뭘 더 바라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준 사람은 “네가 나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라면서 시비가 생깁니다.
이 경우 준 사람의 경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베풀거나 주는 행위 뒤의 일을 생각하지 말고 하는 것입니다.
아무런 기대 없이 주거나 베푸는 것은 쉽지는 않습니다만, 이 일을 하기 전에 한 가지 할 것이 있습니다.
베풂을 받은 사람이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말로만 감사를 표명했을 때 서운함을 품을 것 같다면 그냥 안 하면 됩니다.
호의를 받는 사람도 동일하게 중요합니다.
말이 얼마나 나이들었는지는 이빨의 모양과 크기를 보면 알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남의 호의에 대해 트집잡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인생을 깊이 있게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이 좋은 듯합니다.
물론, 젊을 때에는 ‘조건’을 따지면서 일할 때 능률도 오르고 조직이 잘 돌아가고 그렇지만, 그건 비즈니스 때의 이야기일뿐입니다.
시인 유치환님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고 말씀하셨고, 김형석 교수님은 “최고의 행복은 주변의 이웃들을 위해 베푼 고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책입니다.
경남 진주 한약사 김장하님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베풂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쁜 맘으로 받을 때에는 주는 이에게도 행복을 줍니다.
꼭 물질이 아니라 ‘마음 하나’ ‘생각 하나’ ‘말 한마디’가 베푼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호르몬이 흐르게 합니다.
그런데 베풀고 살자는 마음은 저도 매일 더해갑니다만, 아직은 부족한 듯합니다.
요즈음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마켓 ‘당근’(당신의 근처)에는 무료나눔이 있습니다.
제 아내는 오래 쓴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무나(무료나눔)한다는데, 저는 “만 원이라도 붙여보자”고 말합니다.
부끄럽지요. 아직도 돈 세상의 노예가 되어 있어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