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디쉬 ; 수다 그리고 게임
소브레메사란 식사를 마친 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스페인의 식사문화를 뜻하며, 요즘에는 이 이름을 딴 파인다이닝 음식점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많은 가정들이 저희보다 행복한 식사문화를 가졌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셋 있습니다.
옛날 저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그다지 대화가 많은 집이 아니었고, 특히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직장에 들어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애환도 생기고 좋은 경험도 생기면서 각자 나눌 얘기가 늘어났습니다.
더욱이 저희 아이들은 아빠엄마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식사 후 각자 방으로 흩어지지 않거나, 가정 분위기를 화목하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구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제가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얘기 내용은 세계정세에 대한 것부터 직장에서 있었던 일, 최신 트렌드, 최근 읽은 책에 대한 내용, 아들과는 삼국지, 프리미어 리그 같은 내용 등 주제를 한정할 수 없는 많은 분야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각자 직장에서 퇴근한 저녁 시간에는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마친 후 빈 접시를 둔 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자리가 이어집니다.
이러한 시간은 토요일 아침에도 똑같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아빠엄마와 같이 카페에 가자고 제의하여 그 곳에서 또 못 다 나눈 얘기를 마저 합니다.
이러한 얘기를 조카에게 해줬을 때, 조카가 하는 말이 “아빠엄마랑 그런 얘기를 나눈다고요? 예능이네요”라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그렇습니다. 저희 가정에서는 예능이 가능하네요.
몇 해 전부터는 아들이 보드게임을 지속 구입해 왔는데, 현재 저희 집에는 <아줄>, <스플랜더Ⅰ>, <스플랜더Ⅱ>, <카탄>, <쿼리도>, <모노폴리>, <루미큐브> 같은 10여 가지 보드게임이 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위와 같은 게임을 하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아이들이야 퇴근 후 동료나 친구와의 만남, 집에서도 혼자만의 ‘더 좋은’ 시간을 가지고 싶겠지만 이를 양보하고 기꺼이 말도 잘 통하지 않을 법한 부모와의 대화시간을 가져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닙니다.
저희 부부도 노력은 합니다.
저는 작은 노력이고, 제 아내는 큰 노력을 합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퇴근 후 계획을 ‘집묵’ ‘밖묵’으로 가족톡방에 남기곤 합니다.
집에서 밥을 먹는다든지 밖에서 먹을 계획이라든지 말이죠.
모든 가족들이 ‘집묵’ 하게 되었을때에 제 아내는 특별한 요리로 파인다이닝을 이끕니다.
풍성한 식탁이 이야기하기 좋은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지요.
또 여러 가지 드립커피, 캡슐커피나 각종 차를 준비하여 얘기하고 싶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저의 작은 노력은 신세대들의 관심사 등을 알기 위해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를 열심히 보는 것입니다.
그 커뮤니티를 보면서 나름 신조어를 알 수도 있고, 가족간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데 참조가 되기도 합니다.
바쁜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종종 식사를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생리적 필요로 생각하며, 빠르게 해결해야 할 일로만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