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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Aug 19. 2023

단어 9

: 밤

책을 읽으면 마음이 좀 안정된다. 책의 내용 때문이라기보다 글씨의 검은색이 마음을 안정시킨다. 무언가 알아가는 것도 예전에는 무언가에 밝아지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듯이 앎은 빛이 비추어 잠재된 형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앎을 빛이라고, 무지함을 밝혀 불안을 걷어내는 빛이라고 여길수록 오히려 불안이 밝혀졌다.

   

글씨의 검은색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니 앎은 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 알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밝게 비추는 것이 아니다. 하얀 종이처럼 너무 밝아서 어떤 것도 읽을 수 없는 세상에 의미의 밤을 가져오는 일이다. 그래서 의미는 세상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움으로 불안을 잠재운다. 무엇도 보이지 않는 불안에서 잠을  청할 수 있는 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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