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는 연어를 많이 먹는다. 심지어 연어에 메이플시럽을 발라 졸여서 사탕처럼 만들어 먹는다. 이곳에 오기전엔 연어를 왜 많이 먹는지 몰랐다. 그런데 10월이 되니 이제 곧 연어 회귀 시즌이라며 어디로 보러갈지 얘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연어가 많이 사니까 많이 먹는 것이었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4년을 살고, 다시 알을 낳으러 태어난 강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20년도 더 전에 나왔던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처럼' 노래의 제목처럼 흐르는 강의 물살을 이겨내고 올라오는데, 밴쿠버에는 연어가 돌아온다는 강이 많았다. 다큐멘터리 같은걸 보면서 연어가 돌아오는 강은 깊은 숲속,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도시가 아닌 곳일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했는데, 이런 도심의 강에 연어가 많이 돌아온다니 신기했다. 그래서 나도 이곳에 사는 동안 연어 회귀를 꼭 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어디로 가면 볼수있는지를 검색해보았다. 예전 기준으로 10월 셋째주 주말 정도면 영상 속에서나 보던 수많은 연어들이 헤엄치고 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기대감을 품고 기다렸다.
10월 셋째 주가 되고, 밴쿠버 커뮤니티를 살펴보았는데 다들 연어가 없다는 얘기를 했다. 너무 긴 가뭄에 연어가 올라올 물이 말라서 떼죽음을 당했다는 밴쿠버의 뉴스 링크와 함께. 밴쿠버에 오기 전 이곳은 환상적인 날씨의 여름 4달을 지나면 10월부터는 반 년이 넘도록 비가 오는 우기가 지속되서 레인쿠버라 불린다고 들었는데 10월에도 날씨가 화창해서 놀러 다니기 좋기에 나는 좋았다. 현지 사람들이 여기에 10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맑은 10월은 처음이라며 이상히 여겼지만 상관 없었다. 내가 지내는 2년 동안 맑으면 나야 좋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뉴스의 연어 떼죽음의 사진은 참혹했다. 자연의 신비에 따라 알을 품고 바다에서부터 긴 시간 헤엄쳐 왔을 연어 수천마리가 죽어있는 모습. 이 모습이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폭염이, 홍수가 우리의 삶을 위협할 때 잠깐 지구 온난화를 걱정할 뿐 행동에 큰 변화는 없다는 것을 안다. 사람의 생활이 위협을 받을 때 수천마리의 연어는 죽기도 하는데, 연어의 죽음이 우리의 행동에 적극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나만 해도 몇년 전부터 환경단체에 적은 돈을 기부하고 있긴 하다. 시작할 땐 미래 세대를 걱정해서였는데, 그 몇년 간 급격하게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 세대를 걱정할 상태가 되었다. 적은 돈을 기부하면서, 텀블러를 쓰고 싶지만 자꾸 깜빡해서 일회용품을 많이 썼고, 행주 써야지 하면서도 편리함을 못이기고 늘 물티슈를 썼다. 자주 배달 음식을 먹었고, 너무 빨리 쌓이는 쓰레기를 양 손 가득 들고 분리수거장에 나가면 내 키보다 높게 쌓여 있는 쓰레기에 기분이 나빠졌으면서도 나 또한 같은 생활을 반복했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의 결과 중 하나는 알을 낳기 전 모두 죽는 모습이라니. 슬픈 일이다.
연어 회귀 보는것을 포기하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보다 보니 11월이 되었고, 마침내 우기가 시작되었다. 11월부터 매일매일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커뮤니티에 마침내 하천에 연어가 올라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죽지 않은 후발 주자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싶어 나도 주말에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라이온스 공원에 갔다. 도심에서도 볼 수 있대서 고르긴 했지만 도착하고 나니 너무나 보라매 공원이나 한강 공원같은 공원이라 당황스러웠다. 이런 집앞에 있는 공원에 연어가 올라온다니 반신반의하며 천변으로 가보니, 청계천 정도 규모의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물은 얕았고, 열심히 바라보니 그제서야 연어들이 보였다. 성인의 팔뚝만한 연어들이, 물이 너무 얕아서 지느러미는 위로 드러난 채로 한번씩 힘을 모아 위로 위로 오르고 있었다. 직접 보니 어딘가 마음이 짠했다. 물이 마른 강에 비가 내리자 그제서야 번식을 위해 헤엄을 쳤을 연어들. 강산에의 노래처럼 힘찬 모습이 아니라,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가만히 버티다가 1~2분에 한번씩 힘을내서 오르고, 다시 가만히 버티는 그런 모습. 고단한 여정의 마지막을 겨우 겨우 지나고 있는 연어의 모습. 그 모습을 몇시간동안 지켜보다가 돌아왔다.
돌아오고 나서 나는 더 많은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밴쿠버는 우리나라보다 환경을 위해 많은 것을 한다. 일단, 일회용품이 되게 비싸다.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사는 것보다 다회용 젓가락을 사는 게 더 저렴하기도 하다. 또 플라스틱과 유리 용기에 자동으로 환경세와 보증금이 붙는다. 생각보다 큰 돈이라서 마트에서 뭘 사고 영수증을 볼 때마다 놀란다. 이렇게 많은 돈을 소비자한테 내라고 한다니. 우유팩이나 유리병을 다시 마트에 가져다주면 돈을 돌려준다고 한다. 또, 그 재활용품들을 모아 곳곳에 설치 된 재활용품 수거장에 가져가면 돈을 돌려준다고 하는데 밴쿠버는 워낙 넓어서 차를 타고 가야만 하기에 귀찮음을 못이기고 그냥 버렸다. 물론 학교 재활용품 수거장에 버리긴 했지만. 앞으로는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봤다. 그리고, 당장에 버리려고 모아 놓은 유리병과 플라스틱 용기를 다시 꺼냈다. 기숙사에 들어오고는 자잘한 수납을 위한 도구가 부족해서 이케아 가면 이런 저런 수납함과 용기를 사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재활용을 잘 하면 될 것 같았다. 유튜브로 재활용 하는 영상들을 몇 개 찾아보고는 화장실과 주방 수납을 꽤 많이 해결했다. 식탁을 닦을 때 한국에서 가져온 물티슈를 매일 썼는데, 행주를 쓰기 시작했다.
밴쿠버에 와서 일회용품을 쓰는게 너무 비싸서 물병에 물을 담아가지고 다니고, 커피를 집에서 타서 텀블러에 넣어가지고 다녔는데, 여기에 더해 적극적으로 재활용 하고 무언가를 버릴 때 한번 더 생각하는 실천을 하다보니 한국에서 지난날의 내 행동들이 귀찮음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여실히 알겠다. 조금만 더 움직이기만 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 습관을 지속해서 한국에 돌아가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을 지속하고 싶다. 나 하나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어쩌면 연어 한마리 정도는 끝까지 강 상류까지 올라와 알을 낳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