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여행이 내게 남긴 것

캐나다 화이트호스 여행

by 조각

멀지 않은 곳에 살 때 오로라를 보러 가자


이정도 마음으로 오로라 여행을 계획했다. 어떤 사람들은 버킷리스트 중 오로라를 보는 것이 있다는데 나는 신비한 자연현상을 직접 보고싶어하지 않는 편이라 오로라 여행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밴쿠버에 살면서 겨울방학 여행을 고민하다보니 너도 나도 옐로나이프나 오로라 얘기를 했다. 한여름에도 긴팔옷을 입고 한겨울에는 바깥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 추위에 매우 취약한 나는 영하 30도의 밤을 견딜 자신이 없었지만 기왕 밴쿠버에 살고, 직항으로 오로라 여행지에 무리하지 않고도 갈 수 있고, 고생스러운 여행은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게 낫고, 겨울엔 딱히 다른 여행 선택지가 없어서 오로라 여행을 결심했다.


세계적인 오로라 여행지로 유명한 옐로나이프는 밴쿠버에서 직항으로 3시간 30분정도면 도착한다. 그런데 항공권이 160만원이었다. 잘못 검색했나 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겨울이면 전 세계에서 옐로나이프를 찾아 항공권 가격이 말도 안되게 비쌌다. 옐로나이프 말고 다른 대안을 찾다보니, 캐나다 정부에서 옐로나이프 다음으로 오로라 관광지로 키우고 있는 유콘 주의 '화이트호스(Whitehorse)'가 있었다. 밴쿠버에서는 직항으로 2시간 30분이 걸리고, 항공권은 40만원정도로 4분의 1 가격이었다. 이맘 때 영하 30도인 옐로나이프보다 덜 추워서 영하 20도 정도라 덜 힘들지만 상대적으로 눈이 많이 와서 흐린 하늘에 오로라를 보지 못할 확률이 조금 더 높은 곳이었다. 인구가 3만명이 안되는 작은 도시로, 너무나 관광지가 된 옐로나이프와 달리 고요하고 좀 더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했다. 사람이 북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한국에서도 공주나 금산같은 지방 소도시들로 여행다니던 우리는 화이트호스가 딱이라 생각하고 여행을 준비했다.


오로라 여행지의 여행은 보통 3박 4일을 가는데 우리는 오로라를 볼 확률을 높이려 4박 5일 머물기로 했다. 밤에는 스스로 불빛이 없는 곳으로 찾아갈 수도 있지만 작년에 차가 눈에 갇혀 영하 40도에 몇시간동안 가지고 갔던 삽으로 차 추변의 눈을 다 치우고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던 친구의 무서운 경험담을 들었기에 4박 내내 오로라 뷰잉 투어를 예약했다. 밤 10시에 호텔에서 픽업해서 새벽 2시까지 투어에서 데려다 준 산속의 오두막에서 오로라를 기다리는 것이다. 낮에는 스노우슈잉, 개썰매, 야생동물 보호구역 관찰, 스노우모빌, 온천 등 선택할 수 있는 투어들이 있다. 우리는 하루에 하나씩 취향에 맞는 걸 골라 미리 예약했다.


학교를 다니느라 바쁘다가 여행갈 때가 점점 다가오자 설레는 마음이 천천히 차올랐다. 오로라를 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면 행복하듯이 무척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3박 내내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는 후기들을 볼 때마다 혹시 못보더라도 실망하진 말자 생각하며 여행을 기다렸다.


여행 첫날, 보통 영상 5도 정도인 밴쿠버에선 입을일 없는 옷들을 잔뜩 껴입고 화이트호스로 향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화이트호스는 온통 눈세상이었고, 구조물이 별로 없었다. 빽뺵한 침엽수림 사이 사이에 집이 한채씩만 있었다. 공항도 무척이나 작았고, 사람이 50명도 없어보였다. 늘어선 택시도 없고,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세네명씩의 사람들이 가끔 가이드를 만나 따라갈 뿐이었다. 우리는 1시간에 1대 있는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를 달려 화이트호스 시내로 들어갔다. 에어비앤비에 갔더니 4박 5일동안 입을 방한복이 이미 도착해있었다. 손가락 장갑에 가죽으로 된 두꺼운 벙어리장갑, 무릎까지 오는 패딩부츠 같은것이 들어있는 가방에서 이것저것 가볍게 골라 착용하고 시내 구경을 했다. 화이트호스의 중심지인데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이 아예 없었고, 걸어다니는 여우를 한번 봤다. 눈이 오고 무척 고요했다. 그리고 무척 추웠다. 그래서 오로라를 보러 나가는 밤에 히트텍을 2개 입고 양말도 2개를 신고 옷을 더 껴입었다. 첫 날 밤에는 하늘이 무척 흐리다는 일기예보에 마음을 반쯤 비우고 뒤뚱 뛰뚱 걸어 투어 버스를 타려고 나왔는데, 투어 버스 가이드가 차를 돌리다가 그만 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해 다른 버스가 와서야 차에 탈 수 있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사람이었는데 무척 당황을 해서, 구하러 온 다른 가이드가 정신을 붙잡도록 달래주었다. 작은 에피소드에 웃고 30분여를 달려 산속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아늑한 오두막엔 장작을 넣는 커다란 난로가 있고 따뜻한 물과 핫초코, 커피, 마시멜로, 과자같은것들이 있었다. 오두막 밖에는 모닥불이 피워져있고 깜깜한 밤에 멀리까지 눈으로 덮인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각양각색의 스무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우리 오두막에 함께 있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고, 스무살정도 되어보이는 친구들도, 중년의 혼자 온 사람도, 친구와 함께 온 사람도, 중학생 아들과 함께 온 가족도 있었다.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오로라를 보기위해 4시간동안 한 공간에 있는게 신기했다. 첫날엔 오로라가 뜨지 않아 난롯가나 모닥불에서 추운 몸을 데우면서 32년동안 이 일을 했다는 가이드 톰의 이야기를 듣다가 방에 돌아와 잠에 빠져들었다.


둘째날엔 쨍하니 맑은 날이었다. 우리는 눈 위를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노우슈즈를 신고 돌아다니는 스노우슈잉을 하러 갔다. 어제 밤새 눈이 와서 신선한 눈이 쌓인 산은 아름다웠다. 같은 투어버스를 타고 산 중턱에 도착한 사람들은 대부분 개썰매나 스노우모빌을 하는 사람들이고 오직 나와 신랑만 스노우슈잉을 예약했기에 가이드와 셋이 스노우슈즈를 신고 무릎까지 쌓인 눈을 밟으며 걸었다. 생각했던것보다는 발이 꽤 빠져서 걷기 어려웠지만, 파란 하늘 아래 시선이 닿는 곳엔 아무도 없고, 하얀 눈을 밟으며 고요한 곳을 걸으니 참으로 호사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길을 걷다가 동물의 발자국을 발견하면 가이드는 누구의 발자국인지를 알려줬다. 이렇게 추운데도 얼지 않는 물이 흐르고 있어서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그쪽으로 많이들 다녔다. 고양이과의 동물인 링스나 토끼과인 스노우슈즈헤어, 여우의 발자국을 알아보는 가이드는 밴쿠버에서 30년을 살다가 이곳에서 산지 6년째라는 청년이었다. 큰 도시인 밴쿠버보다 여기가 훨씬 좋다고 했다. 우리는 밴쿠버도 무척이나 한적하고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시선이 닿는 곳에 사람이 없는 이곳에 있으니 어떤 마음인지 알것도 같았다.

친구랑 자전거만 타고 밴쿠버에서 출발해 북부 유콘까지 여행한 후 이곳에 살기로 결심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비행기로 2시간 30분이 걸리는 곳을 자전거로 여행하다니 감탄하며 눈위를 걸었다. 그는 그런 얘기를 하며 눈덮인 크리스마스나무 숲 사이로 우리를 안내했고, 눈 위에 누워 스노우엔젤을 만들기도 하고, 호수 위에서는 그가 가방에서 꺼낸 따끈한 핫초코에 페퍼민트티를 마시고 아침에 직접 구웠다는 쿠키를 먹으며 저 멀리 얼음낚시를 하거나 개썰매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한국에서 사무실의 작은 책상에 앉아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지쳐 쓰러져 핸드폰을 하다가 잠들던 생활을 하던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그의 삶이 신기했다. 그는 멋지지 않냐며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었고, 우리는 그가 멈출 때 함께 멈춰 고요하고 넓은 평온을 누렸다. 현실같지가 않았다. 그렇게 두시간 반여를 걷다 돌아와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을 쓰다듬고, 난로 앞에 앉아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인 후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날 밤엔 구름한점 없이 맑은 밤이라고 했다. 나머지 이틀은 또다시 눈예보가 있어 기대할만한 날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버스에서 내리자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넓은 하늘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저 멀리 희미하게 하늘을 가르는 흰 빛이 보였다. 오로라가 시작됐다고 했다. 눈으론 희뿌옇게 보이는 오로라 밴드와 총총히 별이 박힌 너른 하늘을 보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별들은 그저 그곳에 있고, 오로라는 늘 하늘을 수놓고 있는데 구름이 걷힌 밤 우리가 이곳에 서있기에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게 감사했다. 오래 오래 별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영하 30도의 밤, 체감 온도 영하 40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10분정도 감상하다가 오두막으로 뛰어들어가 몸을 녹였다. 이날 가이드는 독일에서 온 청년이었는데, 어제는 눈이 와서 덜 추웠는데 오늘은 맑고 무척 춥다며 장작을 잔뜩 넣어줬다. 할아버지와 자녀들, 손주들이 함께 영국에서 온 대가족과 함께 가이드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밖이 소란스러웠다. 우리 나가야한다고 가이드가 소리쳤고, 난로에 발을 녹이던 나는 허겁지겁 부츠를 신고 오두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늘 전체가 흰빛과 초록빛으로 수놓아져 있었는데, 너울너울 움직였다. 나무 위로는 분홍빛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함께 하늘을 바라봤다. 아름다웠다. 그 외에 달리 설명할 수 없다. 손을 꼭 잡고 말을 잃은 채 하늘을 바라보는 우리 옆에 텐션이 높은 가이드가 와서 이렇게 아름다운 오로라는 세달 중 두번째라면서, 이런 하늘을 모두와 함께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 마음도 알것같았다. 이 곳에 내가 홀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와 함께 이 먼곳에 와서 옆에 서있는 남편에게 너무도 고마웠다. 나의 행복을 함께 해주는 그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아까는 좋은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고 사람들 사진을 찍어주던 가이드들도 이순간은 아주 짧다며 카메라를 손에서 놓고 함께 하늘을 바라봤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이 특별했다. 오로라 댄싱이 한바탕 지나가자, 믿을 수 없는 추위가 이제서야 느껴져 사람들은 다들 모닥불로, 오두막 안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모두 볼이 발갛게 상기된채로, 우리는 행운아라고 서로 외치면서.

그날은 밤10시부터 새벽2시까지 내내 하늘을 수놓은 오로라를 볼수 있었는데, 언제 나가서 봐도 모양이 바뀌어있어 새롭게 아름다웠다. 4시간동안 그저 눈 위에 누워 바라만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너무 춥기때문에 10분마다 오두막을 오가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러다 새벽 1시 40분, 이제 20분 후면 돌아가야하니까 마지막으로 하늘을 보려고 느릿 느릿 몸을 일으켰다. 다들 추위와 잠에 지쳐 앉아 있었고, 나와 신랑은 한두명밖에 없는 밖에 나갔다가 또다시 시작되는 오로라 댄싱을 마주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쳤고, 커튼처럼 살랑살랑 흔들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와있는 20대 남자애는 엄마아빠에게 페이스톡을 걸었다. 안보인다는 엄마아빠에게 오로라를 보여주고 싶어하며, 방 불을 꺼보라고 하는 목소리.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이었다.

어쩌면 볼 수 없을지도 몰랐던 황홀한 하늘을 볼 수 있다니,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차올랐다. 내 옆에 함께 있는 배우자에게, 이 추운 날 밖에 서있을 수 있는 건강한 몸에, 밴쿠버에서 지낼 수 있는 상황에, 이 길을 만들어온 스스로에게, 그리고 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맑은 하늘에. 잊을 수 없는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셋째날과 넷째날에는 낮에도 밤에도 눈이 왔고, 넓디 넓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걸으며 저 멀리 보이는 동물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했고, 숲 속을 강아지들과 함께 달렸다. 개썰매는 마지막 예약 자리를 잡았는데 프랑스에서 온 가이드가 말하길 오전에는 강아지들을 먹이고, 청소하고 쉬고 오후에 딱 한팀만 함께 달린다고 했다. 이 강아지들에게 영하 20도는 조금 덥다며, 한번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강아지들도 사람들도 눈 덮인 숲속을 달리는 것을 무척좋아하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으로 살아가는게 인상깊었다. 나와 함께 달릴 강아지들에게 인사하고, 숲 속을 달릴 땐 비일상에 말을 잃고, 돌아와선 강아지들을 양껏 쓰다듬어주었다. 고맙다고.

개썰매는 살아있는 동물들과 함께 달리는 거라 생각보다 돌발상황이 많고, 두시간여동안 썰매에 쌓이는 눈도 발로 치워주고, 계속 스쿼트자세를 한 채 달리고, 오르막에선 썰매를 놓지 않은채 함께 달리느라 생각보다 고됬지만 지난 몇달동안 주3회 이상 운동하며 체력을 끌어올려놔서 괜찮았다. 내가 이 날을 위해 운동을 했나 싶을 정도였다.

눈오는 밤엔 각양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셋째날 밤의 가이드는 일본에서 간호사를 하다 온 30대 여자였는데, 혼자서 이렇게 추운 곳에서 가이드를 하게 된 삶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일본이나 우리나 노동시간이 길고 조직문화가 비슷하니까 간호사로 지내는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이 갔다. 일본 사람들은 밴쿠버에 어학연수를 정말 많이 온다. 내가 작년에 2달 간 다니던 어학원에도 반이 일본 대학생들이었으니까. 그녀도 영어를 공부하려고 밴쿠버를 선택했고, 캐나다에 살고 싶어졌다고 했다. 처음엔 로키산맥이 있는 밴프 호텔에서 하우스키핑 일을 하며 지냈고, 화이트호스에는 일본인들이 여행을 무척 많이 와서 제안이 왔다고 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그렇게 추운곳에서 살수 있겠느냐 했지만, 안살아봤으니 이제 살아보겠다 하고, 큰 차를 운전하며 가이드 일을 할 수 있겠냐고 했지만, 하면 된다고 하며 날아왔다고 했다. 용감했다. 난로에 장작을 넣어주고, 메이플시럽을 졸여, 밖에 있는 눈을 퍼와서 눈 위에 부어 돌돌 말아 먹는 메이플테피를 만들어주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그녀는 낮에 야생동물 보호구역 투어때도 함께 했는데, 동물들을 무척 사랑한다면서 아주 넓은 우리 곳곳에 숨어 있는 동물들을 함께 발견했다. 지금의 삶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을 계속 하고 싶고, 계속 공부해서 의료가 부족한 이런 곳에서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싶다고 했다.

캐나다 빅토리아섬에서 온 8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닌 사람들이었는데,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오로라 사진을 보고있길래 말을 걸었다. 어젯밤의 환상적인 오로라를 담았다고 너도 함께 있지 않았냐고 했다. 우리는 운이 좋다며. 춥지 않냐고 하니 딱히 춥진 않다고 했다. 정말 건강하신것 같다고 하니 노력한다고 했다. 둘째날 환상적인 오로라를 이미 보았고, 셋째날과 넷째날엔 눈이 올 확률이 100%라서 너무 피곤해 나도 하루는 안올까 잠깐 고민했었는데 80을 훌쩍넘는 노부부가 이곳에 또 와 새벽에 마시멜로도 구워 먹고 디카로 찍은 사진도 정리하고, 모닥불에 소세지를 굽는 우리에게 셰프냐며 농담하는 걸 보니 그렇게 늙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날과 마지막날 밤 가이드였던 톰은 이 오로라투어 회사가 생길때부터 이 일을 했다고 했다. 32년째고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고 했다. 이곳에서의 삶이 너무나 좋다고 했다. 매일 밤 10시에 신비한 자연 현상을 감상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을 태우고 산속에 오두막에 들어섰을 그. 따끈한 물을 끓이고 커피와 핫초코를 대접하고, 모닥불이 계속 활활 탈 수 있도록 장작을 더 넣고 불쏘시개를 쓰며 불을 키웠을 그. 오로라를 볼 확률이 거의 없는 날엔 1시간 정도를 메이플 시럽을 졸이고, 신선한 눈을 가져와 메이플 타피를 만들어주는 그. 3일 이상 머무르면 95%의 확률로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3일의 한번은 이 고요한 아름다움을 눈에 담았을 그. 그런 삶이 어딘가엔 있을 줄 알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마음이 따뜻했다.


다섯째날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오로라를 바라본 밤을 그리고 집에 돌아왔다. 가까이에 있을 때 오로라를 한번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한 이번 여행이 내게 남긴 것은 삶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복닥 복닥 모여 초등학교때부터 대학갈 때까지 경쟁하며 공부하던 시절, 학업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힘든 취업준비를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많은 것을 버거워하며 스트레스를 쏟아냈다. 직장상사의 갑질로 힘들 땐 몸까지 아파 두번이나 쓰러졌다. 기차에서도, 회사에서도. 그런데 비행기로 13시간정도 떨어진 이 작은 마을엔 눈덮인 산을 걷고, 언 몸을 녹이려 따뜻한 차와 핫초코를 마시고, 야생동물의 사진을 찍고,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을 인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대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 화이트호스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또 오로라를 보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멀리서 온 사람들이 있다. 신비한 자연 현상을 보기 위해 사나흘의 시간을 내어 오는 사람들. 그들과 나눈 얘기 속에 사는 모습이 너무도 달랐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이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또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또, 산다는 것은 오로라 여행을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화이트호스에 가는 것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오로라를 만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리 준비하고, 먼 곳으로 떠나고, 인공 불빛이 없는 산속에 서있었기에 경이로운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3일엔 오로라를 만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준비했지만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정말이지 하늘에 달린 일이었다. 구름으로 하늘을 가릴지, 오로라를 띄울지. 오로라를 만나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못봤더라도 괜찮았을 것 같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에 마음을 많이 쓰면 힘들뿐이다. 그런데 그 황홀한 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래서 감사했다. 모든 것에.

어떤 것을 하고싶으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그 길을 걷고, 그래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마음을 다해 기뻐하는 것. 원하는 결과를 엊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 있는 새로운 일들, 사람들의 삶들을 발견하는 것. 그렇게 살며 좋은 순간들을 하나씩 하나씩 담으며 살고싶어졌다.


이렇게 긴 글을 쓰고 있는걸 보면, 이번 여행은 내게 너무나 큰 것을 남겼다. 오로라를 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 줄 알았는데,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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