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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Feb 28. 2024

약속을 지키는 일

어반스케치 연습- 카페 풍경

  이번 주는 내내 몸이 좋지 않다. 잘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자지 못한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 시간이 흐르는건지 멈춘건지 헷갈리는 채로 지낸다. 이렇게 아파도 일주일은 가고 브런치 연재일은 다가온다. 주1회, 어반스케치를 잘 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는 걸 연재한지 어느덧 두 달, 내 소박한 글과 솜씨 없는 그림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나와의 약속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아프면서도 자주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기운이 나면 그림을 그려야지. 그림을 그려두어야 글을 쓸 수 있을테니까.


  잠깐 기운이 나면 스케치를 하고, 또 잠깐 기운이 나면 색을 칠했다. 느릿 느릿 조금씩 그려 두 개의 그림을 그려냈다. 카페 안 풍경을 그리려고 계획 했었는데 카페에 직접 갈 힘은 없어서 여행 중 찍어둔 사진을 꺼내어 그렸다. 몬트리올의 낭만적인 카페에서 창밖의 관람차를 바라보며 마셨던 라떼, 좋아하는 보태니컬 가든의 야외 카페 자리에 노란 은행잎이 쌓여 있는 풍경을 골라 그리는 동안엔 기분이 나아졌다. 좋아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남기는 시간은 정말이지 소중하다. 행복감을 구체적으로 손에 쥐는 것만 같다.



  두 개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살아오며 자신 있는 것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었다.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대체로 해내는 것. 마음을 먹은 정도가 아주 강하든 느슨하든 딱 그 만큼을 해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그림을 그릴 때도, 그저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올리는 것 뿐인데 한 주는 쉬어갈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하는 것. 열정이나 투지 같은 뜨거움은 없지만 담담한 끈기로 그저 하는 것. 청소년일 때부터 그랬고 그런 시간이 20년이 넘었더니 이 담담함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남았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 먹기를 성심 성의껏 한다. 너무 무리하지 않게, 너무 힘들지 않게, 내가 바라는 내가 될 수 있도록, 또 즐거움을 자주 느낄 수 있도록 행동과 태도를 고른다. 그렇게 고른 행동을 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하고 꾸준히 지키면서 조금씩 더 나은 내가 되어가기로 한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한게 마음에 든다. 아픈 와중에도 1년 전 여행지에서의 설렘을 잠시 다시 가져올 수 있어서 좋다. 다음주에는 좀 더 기운차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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