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5세 혼자 사는 여자다.
학원강사로 일하다 35살에 상담심리 대학원에 진학하여 60세까지 상담심리센터에서 일했다. 61세부터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생활비, 의료비를 쓰고 있다. 다행히 건강이 아직까지 허락하여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고 독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떠났고 나를 지켜주는 건 젊었을 때 악착같이 모아둔 돈이다. 난 아파서 병원을 갈 때 병원비 걱정 안 하는 내가 자랑스럽다. 젊은 날 궁상스럽게 산 대가로 노년의 생활을 얻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청소를 한다. 출출해지면 달걀을 삶고 사과를 자른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근처 공원을 살살 걷다 도서관에 간다. 오늘의 책을 읽다가 대여하고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한다. 점심으로 쌀국수를 해 먹고 다 못 읽은 책을 읽다가 일기를 쓴다. 저녁에는 따뜻한 밥에 된장찌개를 끓여 혼자 먹는다. 완벽히 고립된 삶이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다.
언젠가 집에서 쓰러지면 내 시신은 부패되어 주변 이웃들의 신고로 발견되겠지. 유품을 정리하는 사람은 내 물건을 정리하며 나라는 사람의 삶을 추측할 것이다. 혼자 책 읽고, 일기 쓰고, 요리하며 살았던 여자. 죽는 날까지 하루하루 루틴대로 살았던 사람. 혼자만의 시간을 알뜰하게 썼던 할머니.